S공포·화물연대 파업에 민생 아우성인데…국회 16일째 공전

여야, 법사위장 자리놓고 대치
인사청문회·입법논의 '올스톱'
우상호 '4인 회동' 제안 與 거부
당분간 팽팽한 대립 이어갈 듯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입법부 공백이 16일째 지속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이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마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민생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국회는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여야는 당분간 팽팽한 대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후반기 원 구성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내각 인사청문회는 물론 각종 입법 논의가 ‘올스톱’됐다. 지난달 29일 전반기 회기 종료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상태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것은 법사위원장 몫을 둘러싼 대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여야가 합의한 대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정상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거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을 때도 법사위는 전·후반기 모두 민주당이 맡았다”면서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법을 개정해 법사위 심사 기한, 범위를 축소한 사실도 언급하며 “(법사위를) 더 축소하자는 것은 사실상 견제와 균형 기능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법사위를 없애자는 말이 솔직해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문제를 국회의장 선출과 연계해 이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법정 시한을 어기면서까지 의장 선출을 거부하며 입법부를 공백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 파기 논란에 대해서는 “전직 원내대표의 합의는 그동안 상원처럼 월권을 행사해온 법사위의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전제였다”면서 “전제가 된 여야의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체계·자구 심사권 남용을 막는 등 법사위 권한 축소라는 선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기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고유가와 고물가 등 경제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위원회의 부재로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등의 입법 논의는 멈춘 상태고 정무위원회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 관련 논의도 제자리걸음이다. 물가 급등으로 민생에도 비상등이 켜져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원회나 정보위원회는 아직 구성도 되지 않아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화물연대 파업 수습 등 민생 위기를 명분 삼아 여야가 극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여야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원 구성 협상 등에서 여야 간 여러 이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민생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화물연대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이뤄진 4인 회동을 긴급 제안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우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저와 권 원내대표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화물연대와 화주 간 협상에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권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원 구성이 완료만 되면 ‘야당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어서 민주당에 나쁠 게 없다”면서 “법사위 개정 등에 국민의힘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면 절충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