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중심 공급망의 역설…美 분유대란 뜯어보니[윤홍우의 워싱턴24시]


미국에 초유의 분유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분유가 없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고 군용기를 동원해 유럽에서 군사 작전처럼 분유를 공수해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왜 생겼냐 들여다보니까 지나친 국내 공급망 의존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4개 분유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큰 회사의 한 공장에서 문제가 생기자 이번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까 과연 미국이 최근에 추진하는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그 방향은 맞는거야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강조한 정책이 있습니다. 바로 공급망 재편입니다. 삼성전자까지 백악관에 불러서 반도체 웨이퍼를 흔든 장면이 유명합니다.


해외 특히 중국에 공급망을 의존하는 것은 불안하다. 미국 안에서 공장을 많이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그게 힘들다면 민주주의 동맹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같은 얘기를 했는데요. 이게 이른바 리쇼어링과 프렌즈 쇼어링입니다. 그런데 이번 분유사태가 바이든의 이런 리쇼어링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사건을 한번 돌아보면요 .미국에는 애보트, 메드존슨, 페리고, 네슬레 이렇게 크게 4개의 분유 회사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애보트의 점유율이 조제 분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데요. 애보트 조제분유를 먹은 영유아가 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해당 제품을 생산한 미시간 공장이 폐쇄됐습니다. 당연히 엄청난 규모의 리콜이 발생했구요. 그 때부터 미국 내에서 분유대란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미국에서 물량이 모자라면 바로 수입해 오면 되지 않냐. 이게 당연한 루트인데요.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분유를 만들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미국 분유 시장에서는 잘 통하질 않습니다.


일단 미국 시장의 경우 관세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미국에서 수입산 분유에 매기는 관세가 무려 17.5%에 달합니다. 이건 사실상 분유 수입을 차단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또 미국의 식품의약국이죠. FDA 평가기준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이게 미국 분유의 질을 높이긴 하지만 외국 기업이 기준에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수입 시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 분유시장은 완전히 자국 중심 공급망으로 구축돼 있었구요. 미국의 분유회사들은 효율성을 위해서 여러 공장에서 분산해서 생산을 하기보다는 한 공장에서 많이 생산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보트의 미시간 공장 하나가 무너지자 미국 전역에서 분유 대란이 일어나게 된 겁니다.


자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국제적인 경제 석학들 사이에서도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이 미국이 지금 추진하는 자국 중심,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오히려 더 위기 상황에서 취약할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계속해서 부추길수 있다 이런 분석들이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석학이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최근에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자국 중심 공급망, 동맹국 중심 공급망은 경제를 위한 윈윈 전략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 일단 자국 중심 공급망의 취약점은 앞서 분유 사태를 통해서 좀 들여다 봤구요. 동맹국 중심 공급망 구축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게 라구람 라잔 교수의 지적입니다. 최근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순방에서 일종의 동맹 중심 공급망인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출범 시키기도 했습니다.




원래 이 글로벌 공급망이라는건요. 서로 격차가 벌어지는 국가들끼리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이 저비용 노동력을 통해서 생산에 참여하고 선진국들은 기술과 자본을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가장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탄생합니다.


이건 제품의 생산자인 기업이 시장을 확대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됩니다. 예컨대 애플이 아이폰을 중국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데요. 이를 통해 중국의 임금 수준은 높아지고요. 임금이 높아진 중국 노동자들은 다시 아이폰을 구매합니다. 결과적으로 애플의 시장은 팽창합니다.




그런데 특정 국가를 배제한체 공급망을 짜게 되면요. 각 국가가 생산과정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기가 어려워진다는게 석학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비슷한 경제 수준의 국가들끼리만 공급망을 만든다고 하면 그 안에서 당연히 생산 비용은 증가하고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드는 것과 대만에서 만드는 것은 생산 비용에서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물론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부품 일 수 있기 때문에 자국 안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동맹간 공급망이라고 해서 비상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말도 있죠. 유럽 연합에서 영국이 떨어져 나온 브렉시트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동맹 중심 공급망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에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까, 공급망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특정 국가끼리 공급망을 짜는 식이 아니라 기업들에게 문제 해결을 맡겨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주장이 나옵니다. 재고를 더 많이 확보하고 다양한 곳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고 또 생산 거점도 다양하게 확보하는게 정답이라는 겁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의 또 다른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중국 견제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는데 있어서 과연 중국을 차단한 채 글로벌 공급망을 짜는 것이 해법이냐. 아니면 중국을 세계 경제와 더 엮이게 해서 경제 때문에라도 어떤 도발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해법이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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