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가 전세계 14개국에서 극장 상영을 금지 당했다. 극중 동성 커플이 등장해 입을 맞추는 장면이 일부 국가에서 문제가 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즈 라이트이어는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레바논 등 14개 국가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UAE 미디어규제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버즈 라이트이어가 콘텐츠 심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상영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미디어규제청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빨간색으로 상영금지 표시를 한 버즈 라이트이어 포스터 이미지를 게재하기도 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UAE에서 오는 16일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이로써 상영이 불발됐다.
상영을 금지한 중동 국가 대부분은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여성 캐릭터 간 동성애 장면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중 우주 특공대원 버즈의 여성 동료가 동성과 가볍게 입맞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중동 국가 다수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동성애를 엄격히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14년(아부다비 기준) 형에도 처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이 영화는 상영되지 못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픽사 측에 일부 장면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하자, 자국 내 극장 상영을 막았기 때문이다.
버즈 라이트이어 제작자 갈린 서스만은 "디즈니가 아직 중국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중국은 과거 동성애에 대한 묘사를 거부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작 편집 등 인위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 밝혔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목소리를 연기한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에반스도 많은 국가의 상영 금지 결정에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에반스는 “우리가 사회적 포용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며 "다만 그럴 수 없는 국가도 있다는 점은 좌절감을 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에서 15일 개봉하는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우주특공대원역인 버즈 라이트이어가 극을 이끈다.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 이야기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