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해외여행을 앞두고 면세점에서 평소 즐겨 쓰는 화장품을 사려다 말았다. 면세점 가격은 정가 92달러에 인터넷 회원 가격 87.4달러로 한화로 약 11만 원대였으나 백화점에서 구입할 경우 정가 12만 2000원에 쿠폰과 카드혜택을 더할 경우 가격이 9만 원대로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구매하면 샘플이나 상품권 등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씨는 면세점 대신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기로 했다. 그는 “환율이 뛰다 보니 면세점에서 달러 기준으로 사는 것과 백화점에서 원화로 사는 것에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백화점이 더 싼 경우도 있다”며 “공항 면세품 수령처에 가서 물건을 찾는 번거로움까지 생각하면 면세점 이용 메리트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급등하는 원 달러 환율에 모처럼 여행객 증가 특수를 누리려던 면세점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달러 기준으로 재화를 매매하는 면세점 특성상 달러 값 변화가 실시간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백화점의 경우 고정된 원화로 재화를 거래하기 때문에 달러 가격 변동에 따라 제품 가격과 부담감이 출렁일 일이 없다. 면세점이 제품 매입 시점과 판매 시점의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외국인 손님이 많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처럼 면세점 운영의 상당 부분을 내국인 이용객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강 달러’는 면세점의 매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원 달러 환율은 연일 올라 이날 기준 129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면세점의 최대 강점이 ‘세금(관세)을 내지 않아 시중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인데, 요즘 같은 환율 급등 시기에는 세금 감소분을 넘어서는 환율 증가분이 가격에 붙어 제품에 따라 백화점이 면세점보다 싼 ‘가격 역전 현상’이 빚어진다. 여기에 면세 한도 600달러를 넘는 고가 브랜드는 관세를 내야하고, 적립금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백화점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백화점 오픈런을 해도 구할 수 없는 제품이 아닌 이상 지금 면세점 쇼핑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오랜 시간 ‘잠정 휴업’ 상태였던 면세점들이 최근에야 정상 영업에 시동을 건 상태라 상품의 다양성 면에서도 아직은 국내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면세점은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보전해주는 ‘환율 보상 이벤트’나 구매 금액별 결제 포인트 지급 등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달러 기준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면세점 특성상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