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발사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되면서 발사 일정이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발사체 1단에 탑재된 산화제 레벨 센서에서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레벨 센서란 산화제 탱크 안의 산화제 충전 수위를 측정하는 센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5일 누리호의 발사 전 작업 상황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발사 준비 중인 누리호의 산화제 레벨 센서 부분을 점검하다 문제를 포착해 발사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브리핑은 당초 오후 3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2시간이나 미뤄졌다.
센서 이상은 오후 2시께 누리호 기립과 전기 장치 연결 이후 발사대 점검 과정에서 발견됐다. 산화제 충전량을 나타내는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산화제 센서는 발사체 기체를 움직이면 변화를 보여야 하는데 동일한 값을 나타내는 등 문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 센서를 구성하는 부분 중 어떤 곳이 문제인지까지는 상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 본부장은 “센서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센서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이상일 수도 있다”며 “센서를 계측한 신호를 받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터미널박스가 오작동하는 것일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산화제 관련 부분이 누리호의 발목을 잡았다. 다만 1차 때는 3단 산화제 탱크 내 헬륨 탱크를 고정하는 기계 부분이 원인이었지만 이번에는 센서와 관련된 전기적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고 본부장은 “이러한 극저온 센서는 단순하게 설계된 센서가 아니다 보니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과정에서 센서와 관련된 오류가 종종 일어나고 발사 중지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발견한 연구진은 발사대에 연결된 상태에서 원인을 규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당초 현장에서 문제를 보고 받은 항우연은 우선 내부 검토를 통해 원인 파악에 나선 뒤 현장을 방문해 조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현장 작업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고 오후 5시께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누리호를 다시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으로 돌려보내자는 결론을 냈다. 결정 직후 누리호와 발사대를 연결하는 케이블 분리 작업이 속행됐다. 고 본부장은 “결정 자체는 본부장 설명처럼 발관위를 통해 최종 결정을 했다. 여러 가지 관심도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나 현재 발사체 설계 알고리즘을 생각했을 때 안전을 고려해 확실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진은 조립동으로 이동된 누리호의 점검창을 다시 열어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 정밀 점검할 예정이다.
강풍에 이송·기립 작업이 하루 순연된 데 이어 재차 발사가 연기되면서 향후 누리호 발사 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항우연 측은 센서의 어떤 요소가 문제인지 규명되기 전에는 누리호의 재기립에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센서의 문제일 수도 있고 전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며 “예비품이 있기에 정확하고 빠르게 원인 부위를 찾아내는 게 필요하고 거기에 따라 후속 일정이 결정된다고밖에는 말을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단순 전기적 문제일 경우 문제 해결이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지만 센서 자체의 문제로 판명 나면 산화제 탱크를 분해해야 해 시일이 더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에 따라 발사 예비일 마지막인 23일을 넘어설 수도 있다. 만약 예비일 안에 재발사가 불가능해질 경우 기존에 정해진 발사 예비일을 취소하고 다시 기간을 잡아 국제사회에 통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이에 앞서 검토 과정에서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당국과 발관위를 거쳐 확인해야 한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1차 발사 이후 발사체 본부 인원들이 최선을 다했고 그동안 날씨 문제로 하루가 순연됐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가서 응원한 이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려 했는데 이렇게 돼 아쉽다”며 “최종적으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위성을 우주 공간에 보내려고 노력했기에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