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다음 문명 발상지…韓, 수백만 ‘우주 엔지니어’ 키워야"[서울포럼 2022]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장 기조 강연
우주가 국방·산업 경쟁력 좌우할 새로운 '고지'
로켓·위성·태양열 등 파생 효과 커 시장 급팽창
미래 주도할 인재 확보하고 지구촌 공익에 기여를

로버트 주브린(화면 가운데) 화성협회 회장이 15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에서 기조강연을 마친 후 허환일(〃 왼쪽)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 원장은 화상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성형주 기자

“우주는 인류 문명의 다음 발상지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청년 수백만 명이 우주 과학자, 또는 엔지니어가 돼 미래 문명을 주도하는 토양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 회장(파이오니어애스트로노틱스 회장)은 15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22’ 기조강연에서 “우주개발에 뛰어든 국가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우주는 이제 더 이상 막연한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개척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브린 회장은 우리나라가 우주혁명 ‘각축전’에서 승리해야 할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 가운데 첫 번째가 ‘우주를 잡아야 국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하늘이라는 ‘고지’를 선점하는 나라가 육상전과 해상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제 우주가 새로운 고지”라며 “우주공간에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교신하며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른바 ‘우주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주가 국방력에서 갖는 의미를 상징하는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위성항법장치(GPS) 유도미사일을 발사해 러시아의 군함을 침몰시킨 바 있다. 인공위성 기술을 바탕으로 한 GPS 유도탄은 비유도탄, 즉 일반 미사일보다 수백 배 더 정확하다. 주브린 회장은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인공위성 기반 인터넷 ‘스타링크’가 러시아군을 전쟁에서 고전하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국방뿐 아니라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우주는 반드시 손에 쥐어야 하는 대상이다. 우주기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에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주브린 회장은 “로켓 기술은 대륙 간 여행 시간을 크게 단축시킨다. 한마디로 지구 어느 곳이라도 한 시간 내에 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며 “또 인공위성은 기상관측과 자원 원격 감지는 물론 국방과 통신에 이미 필수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차세대 에너지로 꼽히는 태양열발전 역시 원래는 우주위성에 동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로버트 주브린 파이오니어 화성협회 회장이 15일 '서울포럼 2022'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현재 각국이 우주자원 개발을 통한 ‘원자재 확보’ 경쟁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도 우주가 가진 상업적 잠재력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주브린 회장은 “우주 산업계는 소행성에서 상당한 양의 광물을 채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새로운 원자재 확보처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주개발은 인재 양성과 지적 재산 확충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주브린 회장이 수십 년간 우주 분야에 몸담으며 얻은 지론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 대학의 과학 전공자 수는 2배로 늘었다. 나를 포함해 일부 학생들은 우주 분야에 진출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테크 부문에 진출해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일군 초석이 됐다”며 “이들이 우주와 기술의 융합 발전을 이끌었고, 이는 미국의 지적 자산 규모를 크게 키운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주브린 회장은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에 투신해 국내 우주 혁신의 저변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주는 그 자체가 국가의 미래 비전이 돼야 하며 이 비전을 위해 국가는 역량을 집중해 과학과 공학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브린 회장은 후진국으로 출발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우주를 개발해 지구촌 공동의 이익에 공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 ‘대발견 시대’를 맞아 한국도 그에 걸맞은 과학적인 책무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주브린 회장은 한국이 가진 뛰어난 과학기술인 원전 기술이 뉴스페이스 시대에 큰 무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력엔진의 추진력은 기존 화학연료 기반 엔진보다 훨씬 강해 우주탐사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또 화성이나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단계가 되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주브린 회장은 “한국인들은 자동차·전자 제품부터 원자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고 구현하는 국민임을 보여줬다”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같은 거대 연구기관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 원전 기술을 한국이 가졌다는 것은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우주가 가진 확장성과 기회는 대담한 도전으로만 쟁취할 수 있다고 주브린 회장은 역설했다. “우주 선점을 위해 두려움을 버리고 대담해져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한국만의 우주탐사 임무를 착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우주혁명이 민간이라는 바퀴 하나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데 주브린 회장도 동의한다. 뉴스페이스 시대에도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이 분명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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