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와 각급 법원이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사무용 가구를 구매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등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자 대법원이 관련자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검찰은 감사원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4일 공개한 대법원 정기 감사 보고서에서 법원행정처와 11개 각급 법원이 2018∼2020년 사무용 가구를 구매하면서 거래실례가격(시장가격)을 확인하지 않고 거래업체가 이보다 높게 제시한 견적금액대로 수의계약을 맺어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가구를 납품한 업체는 1981년부터 법원에 가구 등을 납품해온 A사와 A사 대표의 친족이 운영하는 업체 등 3곳이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 등이 2018∼2020년 184건의 수의계약(계약금액 약 7억5300만 원)을 하면서 가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2억5500만 원가량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법원행정처와 서울중앙지법 등 대법원 산하 12개 기관이 생산설비가 없어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없는 판매상과 약 31억 원 어치의 가구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추정 가격 1000만 원 이상의 중소기업 경쟁 제품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할 때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하게 한 현행 법령에 어긋난 것이다.
감사원은 이 사례들을 포함해 안전기준 표시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인 가구업체가 법원에 물품을 납품한 일 등 모두 32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감사원의 감사 이후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국회 등의 지적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전날 전국 법원에 감사원의 지적사항 가운데 예산 집행이나 계약과 관련한 내용을 공문으로 보내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사안은 검찰 수사로도 번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정용환 부장검사)는 지난 4월 감사원으로부터 고발장을 받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