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하철 9호선 입찰 담합 건설사들 서울시에 53억 배상"

서울시의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상대 손해배상 소송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전경. 연합뉴스


과거 서울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한 건설사들이 서울시에 53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문성관 부장판사)는 서울시가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두 기업이 서울시에 합계 53억 2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입찰 담합 행위로 인해 가격 부문의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입찰의 취지가 몰각됐다"며 "낙찰가격 상승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정인에게 의뢰해 담합 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상 경쟁가격'을 도출한 뒤 가상 가격과 실제 낙찰 가격의 차이를 계산했다.


이후 계약금 일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고 계산 모델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두 기업이 실제 서울시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계산 값보다 다소 적게 정했다.


삼성물산과 현산은 조달청이 2009년 8월 입찰 공고한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19공구 건설공사 입찰에서 저가 수주를 피하고자 입찰가격을 공사 추정금액의 94% 수준에 맞추기로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기업은 2009년 11월 서로 감시 하에 합의된 가격을 써냈고 가격점수와 설계점수를 합친 종합평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삼성물산이 낙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의혹을 조사한 뒤 삼성물산에 162억 원, 현대산업개발에 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두 기업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지하철 9호선 919공구는 송파구 삼전동 잠실병원 앞에서 석촌동 석촌역에 이르는 구간으로, 길이는 1560m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