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기대인플레 치솟자, 파월 극약처방…연말 금리 3.4%까지 오를 듯

■美 28년만에 자이언트스텝
지난달만해도 "0.75%P 고려 안해"
기록적 물가 상승에 강공으로 전환
파월 "내년 금리 3.5 ~ 4.0% 전망"
내달에도 'G스텝' 가능성 높지만
경기둔화에 '속도 조절' 기대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5일(현지 시간)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뼈대로 하는 6월 FOMC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곤혹스러운 듯 자신의 안경을 만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간)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매우 중요한(overarching) 메시지를 전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어려움을 안다”고 말문을 열었다. 파월 의장은 이전에도 미국 국민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식의 발언을 여러 번 했지만 이번에는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가격 안정성을 반드시 회복해야만 한다”는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나온 연준 성명에는 총 368개의 단어가 등장했는데 우크라이나와 공급망, 코로나19가 각각 한 번씩 나온 것과 달리 ‘인플레이션’은 일곱 차례나 등장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까지도 6월과 7월에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며 0.75%포인트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랬던 그가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바꾼 데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시간대의 인플레이션 기대 조사라는 두 가지 수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서 5월 CPI가 전년 대비 8.6%나 폭등한 데 이어 미시간대의 5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은 3.3%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금껏 연준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물가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장담해 왔는데 그 근거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자이언트스텝’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파월 의장은 “농산물과 에너지를 뺀 근원 인플레이션은 앞으로의 물가 전망에 도움이 돼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모든 요소를 더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국민들에게 중요하다”며 “미시간대 조사의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5일(현지 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연준의 금리 인상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나온 점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들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앙값)는 3.4%다. 3월 전망 때보다 1.5%포인트나 올랐다. 월가에서는 다음 달에도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위원회는 연말에 정책금리를 약간 긴축적인 수준에서 운영하고 싶어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3~3.5% 정도”라며 “내년 금리는 3.5~4%의 범위 안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씨티은행은 연준이 금리 4%에 도달할 때까지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날 파월 의장이 매파적 모습과 함께 비둘기파적 색채를 곳곳에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그는 “유가처럼 우리가 다룰 수 없는 엄청난 도전이 있지만 연착륙은 여전히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본다”며 낙관적인 주장을 다시 폈다. 그는 또 “다음 달에는 금리 인상 폭이 0.5~0.75%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0.75%포인트 인상이 흔한 것은 아니다. 초반에 금리를 더 많이 올리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0.75%포인트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0.5%포인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며 시장을 안심시킨 것이다. 월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필요한 적당한 수준의 매파적 모습에 초반 금리를 더 많이 올린다는 뜻의 ‘프런트 엔드 로딩(front end loading)’을 거론하며 비둘기파적 모습도 보여줬다”며 “내년 기준금리가 3.5~4.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장기 국채금리가 아주 많이 올라갈 필요가 적어졌다. 이날 주식과 채권시장이 모두 안정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속도 조절 기대감도 있다. 이날 나온 미국의 5월 소매판매가 월가 예상(0.1%)과 달리 전월 대비 0.3% 깜짝 감소한 것을 두고 조너선 밀러 바클레이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가계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질임금 감소에 반응하고 있다”며 “연준이 7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점도표상 내년과 2024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각각 3.8%, 3.4%라는 점은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올린 후에는 점차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1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전광판 모니터를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주식시장은 이날 상승에도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리트홀츠웰스매니지먼트그룹의 조시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상황에서 약세장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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