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떨어졌다가 천당으로 솟구친 선수가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 윤이나(19)다.

윤이나는 16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 원) 1라운드에서 정규 타수보다 6타나 더 치는 ‘섹스튜플(sextuple) 보기’를 범한 뒤 바로 다음 홀에서 홀인원을 터뜨렸다.

10번 홀(파5)에서 출발한 윤이나는 이 홀 티샷을 벙커로 보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볼이 모래에 박혀 두 번 만에 탈출했는데 이 공이 하필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나가버렸다. 여섯 번째 샷으로 페어웨이에 볼을 갖다 놓았지만 일곱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 OB 구역으로 갔다. 결국 9타째에 그린에 올리고 2퍼트로 마무리해 11타를 적었다. ‘양파’인 10타보다도 1타를 더 친 참사였다.

하지만 11번 홀에 선 윤이나는 다른 사람 같았다. 핀까지 145야드인 파3 홀에서 친 티샷이 그대로 홀로 숨어버렸다. KLPGA 투어 경기에서 개인 첫 홀인원이자 생애 세 번째 에이스가 가장 절실한 순간에 터졌다. 스코어카드의 첫 칸에 ‘11’이, 둘째 칸에는 ‘1’이 적혔다. 한 번에 2타를 줄이면서 첫 두 홀의 출혈을 4타로 확 줄였다. 800만 원 상당의 세라젬 의료기 세트도 부상으로 따라왔다.

윤이나는 “10번 홀에서 11타를 치고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첫 홀에서 6타를 잃었으니 남은 홀에서 최대한 타수를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11번 홀에 임했다”고 말했다. 윤이나는 이후 버디와 보기 3개씩을 맞바꿔 4오버파 76타로 마쳤다. 컷 통과를 위해서는 2라운드에 몰아치기가 나와줘야 한다.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를 친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24)가 1타 차 단독 선두다. 세 홀 연속 버디를 두 번이나 기록하며 공동 선두로 올라선 박민지는 마지막 18번 홀(파4) 버디로 한 발 앞서나갔다. 우승까지 달리면 시즌 세 번째 타이틀 방어로 40년 만의 대기록을 작성한다. 한 시즌 세 번의 2연패는 고(故) 구옥희(1982년)만 갖고 있는 진기록이다. 현세린·이가영·홍정민 등이 5언더파에서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