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걸그룹 출신 트롯가수가 지방 공연을 가던 중 그녀의 사생팬을 만나 납치 당한다. 아홉살 도진은 아파트 화단에 개미 잡으러 갔다가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도진의 엄마는 아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마니또 행사를 하는데, 일을 지지리도 못하는 박계장은 하필 마주치기도 싫던 조대리와 엮인다. 마약을 거래하는 조직에 들어간 장재는 고향 친구를 형님으로 모시게 되지만, 누군가로부터 친구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흥미로운 설정과 상상이 가득한 단편영화만의 매력이 좋다. 길이가 짧은 만큼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고, 순식간에 몰입됐다 금방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최근 OTT 서비스 웨이브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37기(2021년) 졸업생들의 단편작 17편을 기획전 형태로 무료 공개했다. 코믹, 액션, SF, 멜로, 공포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밤의 손님들'(감독 송진석)은 어디서 많이 본 배우가 우선 눈길을 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별똥별'에서 노력형 톱스타 백다혜 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장희령이 망한 걸그룹 출신 트롯가수로 등장한다. 사생팬이 자신을 납치해가던 중 차에 기름이 떨어져 외딴 주유소로 들어서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주유소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행히 사장은 눈치가 빨랐고 위협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구석에서 진짜 주유소 사장의 시체를 발견한다. 두 여성 배우의 액션과 더불어 흘러가는 분위기가 기대 이상으로 쫄깃하다.
'공원로 316'(감독 정민수)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루며,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는 엇갈리는 두 인물의 교차되는 시선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생존자를 찾아다니던 구조대원은 생존 흔적이 명확한 봉고차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자신도 과거 생존자였기 때문에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별안간 좀비의 습격을 받게 되고, 다행히 가지고 있던 총으로 쏴 죽인다. 영화는 이어 봉고차 속 생존 남성의 스토리와 구조대원의 스토리를 교차해서 보여주기 시작한다. 형과 함께 사투를 벌이던 남자는 형을 배신하고 혼자서 백신을 독차지하는데. 구조 헬기가 오는 장소인 '공원로 316'으로 향하던 남자는 좀비에 쫓기다 겨우 구조대원과 마주치지만 뒤에 벌어지는 일은 영화 첫 장면과 맞물리며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나의 방'(감독 이자민)은 제목의 의미를 계속 곱씹게 되는 수작이다. 주인공 영신은 병원에 겨우 숨만 붙들며 누워있는 아빠 병원비를 대느라 항상 돈이 부족하다. 가진 돈 만으론 반지하 신세를 못벗어나는데, 어느 날 자신이 일하던 키스방에서 술 취해 쓰러진 진상 손님(김재록) 품에서 돈 봉투를 훔친다. 그런데 그 봉투 안에는 유서가 들어있었다. 돈을 돌려주기 위해 어찌저찌 찾아가보지만, 손님은 이미 죽은 뒤였다. 그리고 그의 딸은 유서가 자신 아버지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를 알게 된 영신, 자신이 처한 현실과 비슷해보이는 그녀를 돕게 되고. 시간이 흘러 영신은 햇빛이 드는 작은 방 하나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밖에도 오피스물인 '마니또'(감독 양수현), 액션범죄극인 '이발소'(감독 이규빈), 음악영화 '피아니스트'(감독 조은선), 빠더너스 문상훈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코미디 '닮은 것들'(감독 이솔희)까지. 한 작품, 한 작품이 매력적인 단편들이 17가지나 된다.
영화들이 탄생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봉준호, 김태용, 최동훈 등 유명 감독들이 탄생한 곳이다. 또한 이곳에서 만들어진 졸업 작품에는 엄태구, 전여빈, 이제훈, 박정민, 변요한 등 유명 배우들이 거쳐가기도 했다. 요즘 한국 영화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주목해 볼 만 한 OTT 기획전이다.
그중 몇 작품은 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거나 초청받아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애니메이션 '파란거인'(감독 노경무)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근 칸국제영화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한국 영화, 한국 감독 그리고 한국 배우들이 많아진 가운데 어쩌면 차세대 스타의 탄생을 직접 목격할 수도 있을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 단, 오는 6월 30일까지만.
◆시식평 - 배*킨라빈스처럼 골라담는 맛, 이집 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