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에 감세 카드 꺼냈지만…巨野 벽에 '산넘어 산'

■ 尹정부 경제정책, 野에 막히나
법인·종부세 인하에 양도세 폐지
대부분이 국회문턱 넘어야 가능
野 "부자 감세·서민 증세 동의 못해"
與 "반개혁·경제 발목 세력" 반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등 기업 세제 인하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인하, 양도소득세 폐지 등 민간·기업·시장을 총망라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원인 투아웃 제도’ 도입 등 기업의 발목을 잡던 규제의 대폭 완화 방침도 내놓았다. 퍼펙트스톰을 넘기 위해서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주요 정책 대부분이 입법 사안이라는 점에서 170석의 거대 야당과의 협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핵심은 민간 주도 규제 혁신”이라면서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제 국회가 제대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입법 추진 의지를 보였다.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폐지, 부동산 세제 개편 등을 주요 추진 법안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이명박(MB) 정권 시즌2’라며 충돌을 예고했다. 공공연금·노동시장 등 구조 개혁이 과거 보수 정부의 경제정책과 유사하다는 얘기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15년 전 실패로 확인됐던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2022년에 포장지만 바꿔서 나왔다”며 새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경제위기 극복에 협조를 못할망정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다면 반개혁 세력, 경제 발목 세력으로 국민에게 낙인이 찍힐 것”이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기존 25%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최고 세율인 22%로 인하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정부 여당은 투자·상생협력촉진과세특례 제도 폐지, 배당소득 과세 손질, 가업승계상속세 납부 유예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실질적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와 기업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투자·상생협력촉진과세특례 제도 폐지 등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민주당은 “소수 대기업과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도 여러 감면 제도로 실효세율은 17% 수준이었다. (투자·상생협력촉진과세특례 제도도) 사내 유보금을 보다 효과적으로 투자와 고용에 쓸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제 감면과 함께 내세운 규제 개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새 정부가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 원인 투아웃 제도 등을 통해 대대적인 규제 감축을 예고했지만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규제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도 있고 앞으로 더욱 강화돼야 할 규제가 있다”며 “규제를 완화한다면서 킹핀을 뽑아버려 다 무너지는 상태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난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세 개정에도 민주당이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가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종부세 특별 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을 내놓은 가운데 1주택자 종부세 3억 원 특별 공제는 법 개정이 필수다. 민주당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리는 등 부동산 감세 입법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부자 감세’ 비판이 이는 만큼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2년 유예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김 정책위의장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예하면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개미투자자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새 정부의 노동 개혁 과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노사 합의를 통해 제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보완책 입법을 예고한 가운데 민주당은 “다시금 우리(나라)가 2000시간 이상의 최장 노동 국가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대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서도 “법 무력화 시도”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또 탈원전 정책 폐지, 연금 개혁 등에도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새 정부와 여당의 입법 협조 요청에 “특별히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경제방향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한 바 없다”며 “전반적으로 부자 감세, 서민 증세에 해당되는 것에 대해 우리 당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