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신도시에서 공급된 민간 사전청약 아파트가 단지 배치 계획을 변경하면서 당첨자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사전 안내와 다르게 단지 일부를 ‘북향’으로 짓기로 한 탓에 일조권·조망권 침해 우려가 번지면서다. 사업계획을 확정하지도 않은 채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급급했던 사전청약의 맹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16일 인천 서구청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차 민간 사전청약 단지인 인천 검단 AB20-2블록 중흥 S-클래스 14개 동 중 2개 동(2001·2002동)은 남향에서 북서향, 북동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단지는 지난 1월 총 1448가구 중 1344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접수했다. 특별공급 638가구, 일반공급 1순위 706가구 모집에 각각 7298명, 2만 9100명이 몰리며 11.4대 1, 41.2대 1의 경쟁률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당첨자들은 높은 경쟁을 뚫고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오히려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청약 공고 당시 단지 배치도 상에는 14개 전체 동이 남향으로 돼 있었는데, 이와 달리 북향으로 배치될 경우 일부 가구들은 일조권과 조망권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주거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당첨자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더욱이 단지 배치 등 사업 계획의 변동 사항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첨자들은 이번 단지 배치 변경의 사실 여부와 이유와 관련해 사전 안내를 받지 못했고 자치구에 민원 제기를 한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첨자들이 직접 나서지 않았더라면 사전청약 이후 1~2년 뒤에 실시하는 본청약 또는 입주 단계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한 당첨자는 “남향의 단지 배치도 등을 보고 청약을 했는데, 아무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변경하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청약 포기도 고려해봤지만 기회비용이 커 이마저도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단지 배치가 북향으로 변경된 것은 지구단위계획상 ‘직각배치’ 적용에 따른 것이란 게 자치구 설명이다. 서구청에 따르면 당초 2001동과 2002동은 당초 인천 검단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상 ‘직각배치’를 적용하지 않고 단지 배치를 계획했으나, 건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관련 시행지침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입주 후 예상되는 도로 소음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동을 직각으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원안대로 남향으로 배치해달라는 당첨자 요구에 대해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파트의 단지 배치도는 사전청약 신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개략도이며 관계기관의 건축 관련 심의와 협의, 인허가 변경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청약 공고문 등을 통해 고지했다는 것이다. 이에 본청약 계약 체결 전이라면 사전청약 계약자의 동의 없이 인허가와 설계 변경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사전청약 확대에 앞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경제와 대표는 “사전청약 이후 단지 배치나 분양가, 입주 시점 등 주요 사항이 변경되더라도 그 피해는 당첨자가 떠안도록 하고 있어 갈등 소지가 있다”며 “계획 변경에 따른 피해 보상 기준이나 시행사·시공사 측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사전청약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