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향한 전방위 수사 칼날에…우상호 "건들면 가만 안 있는다"

[신구권력 갈등 심화]
서해피살·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野, 정치보복으로 규정 강경 대응
尹 "민주당 정부때는 안했나" 기름
권성동 "북로남불…文 사죄해야"
우상호 "주먹만 휘두르는 신색깔론"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보훈 가족 초청 오찬을 마친 뒤 관람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후보 시절 집권하면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집권 한 달 만에 현실화하면서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놓고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서해 공무원(이대준 씨) 피살 사건’을 신정부가 2년 만에 뒤집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자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며 격앙돼 있다.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도 못 한 여야가 ‘사정 정국’ 격랑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서해 공무원 이대준 씨) 아들의 외침 앞에 사죄부터 해야 마땅하다”고 야당을 다시 공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해수부 공무원을 월북 몰이한 것도 민주당이고 민생을 망친 것도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은 자신의 죄를 또 다른 죄로 덮어보겠다는 심산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끊임없이 정의와 인권을 강조하지만 딱 두 곳이 예외”라며 “하나는 민주당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다. ‘내로남불’을 넘어 ‘북로남불’이다”고 직격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민생보다 친북 이미지,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신(新)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우 위원장은 특히 “국가 안보 관련 주요 첩보 내용을 정쟁에 이용하기 위해 공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면서 “당시 첩보 내용은 국회 국방위원회나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다 열람했고 지금 여당 의원들도 당시에는 ‘월북이네’라고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보 없이 주먹만 휘두르는 이런 정부는 처음 본다”며 “최순실 탄핵까지 완성시켰던 제가 이 정도 국면을 극복하지 못할 거라고 본다면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가 몇 가지 꼬투리 잡고 싸우려는 사람이 아니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것은 알지 않나”라며 “그러나 건들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민주당이 주말에도 ‘정치 보복’이라며 정부 여당을 향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은 야권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번질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4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고위 관료 10여 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고발했다. 여기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까지 결과가 뒤집히자 위기감이 커졌다. 해당 사안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면 수사기관의 칼 끝은 국방부·해경을 넘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겨눌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최근 일련의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다만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배제된 것이 민주당으로서는 반격의 모멘텀이 됐다. 직권남용 혐의로 전 정부 인사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현 정부 역시 불법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가당착의 구실이 된 셈이다.


‘친명 vs 반명’의 극심한 계파 갈등 속에 정치 보복 정면 대응론이 내부 단결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대장동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백현동 의혹 등 검찰의 칼날은 이 의원도 동시에 압박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의 속도와 방향·강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성가족부가 민주당 공약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전 부처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통합과 협치가 빠졌던 윤 대통령 취임사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며 “취임 한 달 만에 전례 없는 수사는 보복 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20일께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수사 대응 기구를 설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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