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장주식을 69조 원 가량 순매도하며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속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2020년부터 지난 17일까지 2년 6개월 간 68조 96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연도별로 규모를 보면 2020년 24조 8148억 원, 2021년 25조 7948억 원을 내다 팔았고 올 들어서는 17일까지 18조 2911억 원을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가 정점을 찍었던 2020년 이후 매도 규모가 점점 커진 셈이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소화했다. 이 기간 168조 원을 순매수한 것이다.
실제 코스피는 ‘코로나 19’ 쇼크로 2020년 3월 1457.64까지 떨어졌지만 개인의 매수세 등에 힘입어 오름세로 전환, 2021년 7월 3305.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2020년 3월 428.35에서 지난해 20년 만에 1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올 들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거세지면서 코스피는 크게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각국의 유동성 회수와 긴축이 이어지면서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코스피가 17일 장중 2400마저 내주고 만 것이다.
6개월 만에 18조 이상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이지만 이 같은 매도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등 신흥국 주식의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공격적 긴축으로 하반기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경우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으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금리의 수익률이 연 2~3%를 육박하고 있는 데다 달러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 위험이 높고 수익률도 높지 않은 한국 등 신흥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눈높이를 내려 잡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 하단을 2400으로 제시하고 있고 유진투자증권은 2330을 저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주가가 더 하락하면 전망치를 다시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역시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2,400선에서 지지력을 테스트한 후 기술적 반등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지만 “4분기부터 2차 하락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진짜 바닥은 내년 1분기 혹은 연말·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