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닥 아니다" 비관론 '솔솔'…2400선도 위태 코스피 [이번주 증시 전망]

NH투자증권 코스피 저점 2380선 제시
연초 대비 코스피·코스닥 18%, 22% '뚝'
반대매매 300억 원 웃돌아 투자심리 최악
전문가 "경기침체 우려 확대…미래 어둡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코스피가 장 한때 2,400선 밑까지 내려갔던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코스피가 2400선까지 추락하면서 동학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에서 비롯된 글로벌 긴축 공포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7월 이후에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종가(10일) 대비 154.94포인트(5.97%) 감소한 2440.9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17일 장중 2396.47까지 하락하면서 2020년 11월 6일 이후 19개월 만에 24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 종가 대비 71.17포인트(8.18%) 감소한 798.69에 장 마감했다.


코스피 주간 하락률은 1월 24∼28일(-6.03%)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컸고, 코스닥 주간 하락률은 2020년 2월 24∼28일(-8.57%)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저점을 경신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연합뉴스


연초대비로 시야를 넓히면 하락폭은 더 심각하다. 코스피는 작년 연말 2977.65에서 이달 17일 기준 2440.93으로 무려 18.02% 떨어졌다. 코스닥 역시 1033.98에서 798.69로 22.76%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발 긴축 우려가 거세지고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게 되면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코스피 -40.73%, 코스닥 -52.85%) 이후 최대 연간 하락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제기된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강화 공포에 떨었다. 시작은 미국의 5월 CPI 발표였다. 미국의 5월 CPI는 전년 대비 8.6% 상승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8.3%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전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면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 3%를 돌파하는 등 요동쳤다.


코스피가 속절없이 붕괴되면서 올해 국내 증시에 수십조 원을 투자한 동학 개미들은 반대매매가 쏟아지는 등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5일 반대매매 규모는 315억6000만 원으로 작년 10월 7일(344억2000만 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사흘 후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127억∼174억 원대였던 반대매매 규모는 14일 260억3000만 원으로 껑충 뛰고서 이후 이틀 연속 300억 원을 웃돌았다.


동학개미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의 주가 흐름도 좋지 않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005930)의 평균 매수 단가(순매수 금액/순매수 수량)는 6만7900원이다. 17일 종가 5만9800원 기준 12% 주가가 밀렸다. 올해 개인은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를 평균 31만1841원, 9만2405원에 순매수했으나 같은 기간 주가는 각각 24%, 22% 주저앉았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 포스트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연합뉴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주요 원인은 외국인의 이탈이다. 국내 증시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장주식을 69조 원 가량 순매도하며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2020년부터 지난 17일까지 2년 6개월 간 68조 96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연도별로 규모를 보면 2020년 24조 8148억 원, 2021년 25조 7948억 원을 내다 팔았고 올 들어서는 17일까지 18조 2911억 원을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가 정점을 찍었던 2020년 이후 매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개인은 이 기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을 대부분 소화하며 168조 원을 사들였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되어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증시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의 주간 예상 밴드를 2380~250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점이 하락 요인”이라며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보다 경기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 주식시장의 기술적 반등 기대는 후퇴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은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비롯된 감세 기대감이 기업들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추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유예하는 등의 방안이 담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간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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