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흥국 연쇄 디폴트 위기, 선제적 처방으로 쓰나미 대비해야

신흥국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압박 등으로 연쇄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회귀하며 취약 국가의 자산을 앞다퉈 버리고 있다면서 신흥국 경제 위기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신흥국들이 성장세 둔화와 치솟는 물가, 금리 인상 등 3중고에 직면해 본격적인 부채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약한 고리인 신흥국의 위기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14일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라오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인 ‘Caa3’로 낮췄다. 스리랑카·잠비아·레바논 등은 이미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려 해외에 구제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2010년 재정 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도 심상치 않다. 스페인과 그리스의 경우 국채 금리가 2014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아 부채 상환 부담에 따른 재정 위기 재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까지 겹쳐 침체의 늪으로 동시에 빠져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70%가량에 이르는 한국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7일 3.745%로 10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국인은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18조 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웠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재정·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마저 우려되고 있다. 4477억 달러(5월 말 기준)의 외환보유액만 믿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출 지원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늘리고 한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외환·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 또 퍼주기 포퓰리즘을 멈춰야 재정 건전성 악화와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혁파로 민간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제적 처방을 동원해 위기 쓰나미를 막을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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