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ELS'도 원금 손실 속출

지난해 '8만 전자' 기준가로 발행
일부 상품 원금의 80%만 돌려줘
네이버 등 기초자산 ELS도 주의보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1년 전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5만 800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는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1년 전 발행한 ELS가 원금의 80%로 상환된다는 내용을 줄줄이 공시했다. 이날 키움증권은 지난해 6월 21일 발행한 제1589회 ELS가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으로 원금의 80%만 상환하게 됐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앞서 14일과 5월 2일에도 제1584회·제1568회 ELS의 원금 손실(80% 상환)을 알렸다. 세 상품의 발행액은 10억 원에 이른다. 해당 상품들은 삼성전자 단일 종목과 연계해 발행된 ELS로 평가일에 발행 당시의 기준가(8만 원대)를 웃돌면 이자 수익을 주고 기준가의 80% 미만인 경우는 최대 20%의 손실을 보도록 설계된 상품이었다. 하지만 1년 만기로 발행된 상품의 만기일이 도래한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전자’ 수준까지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이자는커녕 원금의 20%를 잃게 됐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원금 손실’ 사례가 속출했다. 삼성증권은 이달 들어서만 삼성전자와 연계해 발행한 19억 원 규모의 ELS 3건에 대해 원금 손실을 공시했다. 지난해 제26187회 ELS 상품의 원금 20% 손실을 이날 확정했고 제26356회·제26168회 ELS 상품도 원금의 20% 손실을 알렸다. KB증권 역시 지난해 5월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1년 만기 ELS 상품을 최근 원금의 80%만 상환했으며 삼성전자와 네이버,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2개 종목을 연계해 발행한 KBable1750·1751 상품에 대해서도 각각 원금의 90%만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이미 원금 손실 구간(녹인 배리어)에 진입한 ELS 상품들도 적지 않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지수형 ELS의 경우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녹인 구간이 통상 기준가의 45~50%로 설정돼 있어 지수가 반 토막 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종목형의 경우는 다르다. 실제 삼성전자와 연계된 ELS는 대부분 녹인 구간이 기준가의 80%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기준가가 7만 5000원대를 웃돌던 때 발행됐던 지난해 하반기 발행 물량 대다수가 녹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와 연계돼 발행된 ELS는 112개, 466억 원 규모에 이른다.


증시 전반이 흔들리며 고점 대비 주가가 반 토막이 난 종목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셀트리온과 LG화학 등 ELS 발행이 많았던 종목들에도 손실 주의보가 내려지는 모습이다. 실제 카카오의 경우 이날 7만 원이 무너지며 1년 전 고점인 17만 3000원 대비 60% 가까이 하락했고 네이버도 52주 최고가인 46만 원 대비 반 토막이 난 23만 원까지 내려앉았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약세장 진입으로 개별 주식의 급락이 ELS 등 파생상품의 손실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개별 종목 ELS는 수익률이 높은 반면 그만큼 원금 손실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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