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숨 넘어가는 상황”에 권력 다툼만 하는 정치권

미국 경제가 1년 안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학자 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에 대한 답변의 평균치가 44%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2007년 12월(38%)과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2월(26%)의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20일 2391.03에 장을 마쳐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블랙먼데이’의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고물가·고금리 등의 절박한 상황을 언급하며 “지금 국민들의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고통은 경제지표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5.4%)과 실업률(3.0%)을 더해 8.4%로 집계돼 5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우리는 독감에 걸린다더니 이번에도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에 고환율까지 더해져 삼각 파고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려 있다. 민주당은 선거 3연패를 당하고도 반성은커녕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법인세 인하 등에 반대하는 등 국정 발목 잡기의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차기 당권이 걸린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의 갈등도 꼴불견이다. 국회 의석에서 크게 밀리는 국민의힘은 내부 단합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당권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기 정치’를 내세운 이준석 대표가 갈등 조장에 앞서는 가운데 친윤계 중진들도 자리 욕심으로 분화되는 형국이다.


몰려오는 경제 위기의 ‘태풍’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판에 국회는 23일째 헛돌고 있다. 입법으로 경제정책 처방을 뒷받침해야 할 국회가 원 구성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여야는 볼썽사나운 샅바 싸움을 접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분담하는 쪽으로 타협해 당장 국회 정상화부터 이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