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여야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민생 대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 카드를 동시에 꺼냈지만 정작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는 이권 다툼을 이어가면서 장외에서 생색내기용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는 이날 유류세의 법적 최대 인하 폭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류성걸 물가특위 위원장은 “유류세 법정 인하 한도를 현재 100분의 30에서 100분의 50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특위 차원에서 제출할 것”이라며 “물가특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배준영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달 19일 고유가·고물가 압력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확대했지만 소비자 체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당이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물가특위는 종합부동산세와 교통비·신용카드 관련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물가 대책이 최종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체감 효과를 점검하는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민생 안정 모드에 돌입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의 한 주유소를 찾아 물가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도 약속했다. 박 원내대표는 “법 개정을 통해 휘발유 기준 최소 200원 이상의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유사에 고통 분담도 요구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와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21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자 여야가 민생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지만 각종 입법 처리는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후반기 국회가 시작됐지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지속하며 ‘식물 국회’ 상황이 23일째 계속됐다. 여야의 행보를 두고 ‘민생 방치 책임 회피용’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원 구성을 위해 여야 지도부는 이틀 연속 만났지만 오히려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뒤 “민주당은 만날 때마다 원 구성 본질 이외의 다른 전제 조건이 덧붙여진다”고 토로하며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 도중 먼저 이석했다”고 말했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여당이) 새로운 제안을 하는가 하면 후퇴한 입장을 제안해 길게 말씀을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제안은 서해 공무원 피살과 관련한 대통령기록물 열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 시한을 이번 주로 못 박고 조만간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담판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제안은 받을 수 없는 카드”라며 “원 구성과 관련된 딜을 요구하면 협상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