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별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보더라도 눈길을 별로 주지 않았지요. 지금은 다릅니다.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니 주변에 그런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보이더군요. 차로로 쫓기듯 다니는 모습을 보면 혹시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는 활동을 하는 ‘끌림’의 이영서(22·사진) 대표는 22일 서울 서울대입구역 주변 카페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그냥 보이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끌림’은 서울대 학부 2~4학년생 13명이 가벼운 리어카를 직접 개발하고 광고를 부착해 발생한 수익을 폐지 수거 어르신에게 전달하는 예비 사회적 스타트업이다. 2016년 창업 이후 6년간 300여 개의 광고 리어카를 만들어 서울은 물론 경기·부산·광주 등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제공했다. 대표는 구성원들이 1년씩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끌림이 폐지 수거 노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대생의 주요 활동 무대인 서울 관악구에 유독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폐지 줍는 노인은 2425명이며 이 중 218명이 관악구에서 활동한다. 25개 구 가운데 단연 1위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은 이들의 존재를 잘 모른다.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어르신들의 생계에 도움을 주면서도 눈길을 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어르신들이 리어카를 끌고 골목을 천천히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새로운 매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끌림의 가장 큰 목표는 어르신들에게 주어진 짐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이다. 원래 어르신들이 끄는 리어카의 무게는 80㎏ 정도. 일반인들이야 무겁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70~80대 노인들에게는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끌림이 무게를 38㎏까지 줄인 리어카를 개발해 평생 무상 임대하는 이유다. 더 큰 이유도 있다. 취미나 운동 삼아 리어카를 끄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생계비 부담을 덜기 위해 폐지나 고물을 모은다. 여기서 생각해낸 것이 리어카 양 측면에 광고를 부착해 수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까지 1㎏당 80원 안팎 하던 폐지 가격이 최근에는 130~140원까지 뛰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리어카 1대당 광고비 12만 원을 받아 이 중 7만 원을 어르신들께 드린다”며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덜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끌림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수익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삶의 무게가 1만 4250톤이나 줄었다고 기재돼 있다.
이 대표는 폐지나 고물을 모으면 모두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편견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먹고살 돈이 없어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어르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일상까지 어두운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따뜻하고 다정한 어르신들이 훨씬 많다. 이 대표는 “폐지 줍는 지역을 놓고 서로 다투는 분들도 계시지만 서로 커피를 마주하고 학생들을 보면 사탕이나 과자를 챙겨주는 어르신을 자주 만날 수 있다”며 “우리들의 할머니·할아버지와 다를 게 없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이 대표가 세상을 이전과 달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폐지를 모은 돈을 약값 등에 쓰지 않고 전부 국제 어린이 구호단체에 기부한 어르신도 있었다”며 “자신도 어려운데 남을 돕는 것을 보며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막판 이 대표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어르신들에게 봉사나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이 리어카를 끌며 광고를 하지 않는다면 사업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주인공은 끌림이 아니라 어르신들입니다. 우리는 그저 중간에서 광고를 전달하고 매개할 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신 어르신들에게 진정 감사함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