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3일 금융계를 향해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해 예대마진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뇌관으로 떠오르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0일 금융소비자 금리 부담 완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거론하며 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이 ‘민간경제 활성화’ 방침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대금리 차이로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시중 은행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구체적으로 예대마진이 과도하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한 셈이다. 그는 “정부가 경제위기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정부 혼자 뛰어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며 “민간이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며 금리 인하를 독려하기도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금융은 국민 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민생과 직결돼있다”며 “금융의 가치가 ‘이자 장사’라는 말로 치부돼서야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은 14조 5400억 원으로 2020년 대비 34% 증가했다”며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지도부가 이처럼 일제히 금융계에 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은 가계부채가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가계부채는 가정경제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현재 민생경제는 풍전등화”라며 “예대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영끌 부동산 대출,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 등으로 이자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은행권에 이자 마진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에 이어 이복현 금융감동위원장 역시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직접 거론하며 시장을 압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리는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 ‘관치금융’의 부활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권 원내대표가 금리 인하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시장 자율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고 단서를 단 것도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