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넘어본 적 없던 13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 증시 이탈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13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9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 80전 오른 1300원 10전으로 거래돼 1300원을 넘어섰다. 장중 가격으로 2009년 7월 14일(1306원)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원 70전 오른 1299원으로 출발해 장중 오름세를 보였다. 종가 기준으로도 1300원을 넘어설 경우 2009년 7월 13일(1306원) 이후 처음이 된다.
전날 환율은 1291원 50전으로 하락 출발했으나 장중 주가가 급락하면서 1290원대 후반까지 단숨에 올랐다. 외환 당국 경계에 상승 폭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와 함께 달러 강세가 나타나자 1297원 30전까지 올랐다.
이날도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에도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나타난 영향을 받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 발언 직후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 물가 안정 의지에 뉴욕 증시가 반등하기도 했으나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커지고 있는 국내 증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본다”라며 “금융위기 이후 첫 1300원 빅피겨 진입이 임박하면서 단기 고점을 확인하려는 연내외 매수 유입도 환율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