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한국인으로 살았는데 무국적자라니"…무슨 일?

러시아 母 귀화 과정서 '무국적' 사실 드러나
韓 국적 취득 위해선 러 국적 취득 후 韓 귀화해야
행정 관청들, 마땅한 해결법 제시 못해

18년간 한국인으로 살아온 소년(가운데)이 러시아 국적의 어머니(왼쪽)의 귀화 과정에서 무국적자로 전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18년간 한국인으로 살아온 소년이 행정 관청의 실수로 무국적자가 될 처지해 놓였다는 황당한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에 사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지난 2월 출입국사무소로부터 아들(18)이 무국적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A씨는 슬하에 아들을 두고 결혼생활을 지속해왔다. 아들 출생 당시 한국인으로 신고도 마쳤다.


그러나 러시아 국적의 아내 B씨가 올해 초 한국인으로 귀화 절차를 밟으며 문제가 발생했다. 출입국사무소가 귀화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A씨와 그의 아내가 2004년 5월 아들의 출생 신고를 하고 한 달 뒤인 6월에 혼인신고를 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혼외자로 신고된 아들은 현행 국적법상 어머니의 나라인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부서에서 이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한국 국적으로 등록했다.


결국 A씨 아들의 한국 국적은 무효 처리되고 법적으로 무국적자로 전락하게 됐다.


문제는 그의 아들은 한국 국적이 박탈되면 어머니 나라인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후 다시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적 취득은 일선 지자체와 출입국사무소, 법무부, 법원 등 여러 부처의 협의가 필요하다. 부처 담당자들도 대부분 A씨 같은 일을 처음 접해 행정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응이다.


러시아 국적 취득도 쉽지는 않다. 만 18세가 넘으면 러시아를 직접 방문해 행정 절차를 거치는 등 복잡한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 탓이다. A씨 아들은 현재 러시아로 귀화한다면 군대에 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 관청들은 현재 A씨 아들이 국적법상 무국적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학 입학, 취업, 입대, 결혼 등 사회생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지금이라도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절차를 원치 않으면 변호사를 고용해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A씨는 2019년 9월 자신처럼 자녀의 국적이 박탈된 다문화 가정의 행정소송에서 행정 관청의 결정을 취소하는 판례가 있었다는 사실도 찾아 제시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여권. 연합뉴스

그는 “행정부처의 무지와 무능력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게 됐는데 해결책이 없어 억울하다"며 "평생을 한국인으로 살아왔는데 출생신고 절차 때문에 무국적자가 되고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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