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 효율 증대를 통한 전력 소비 감축 방안을 해법으로 꺼내 들었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및 신재생 과속 정책에 ‘에너지 믹스’가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올해 대비 25% 개선해 에너지 수입액을 14조 6000억 원가량 줄이고 탄소 배출량도 7800만 톤 낮추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이 같은 에너지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업계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의견을 더해 다음 달 중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확정한다.
대책의 핵심은 2027년까지 국내 에너지 소비량을 서울시 6년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2200만TOE(석유환산톤)가량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에너지 소비국인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7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소비 중이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위해 산업, 가정·건물, 수송 등 3대 부문에서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 산업 부문에서는 에너지 소비의 63%를 차지하는 다소비 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협약을 진행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 포상, 협력 업체 지원 시 보증·보조 등의 지원책도 내놓는다.
가정·건물 등 민간 부문에서는 전기 절감률 경쟁을 통해 보상을 제공하는 ‘에너지캐쉬백’ 도입을 추진한다.
또 연면적 3000㎡ 이상의 상업·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 강화를 위해 에너지 진단 권한 이양, 에너지 자립률 제고를 추진하고 지방세 감면에도 나설 계획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단순 표시제로 운영되는 전기차 전비를 등급제(1~5등급)로 개편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중대형 승합·화물차(3.5톤 이상)에 대한 연비 제도 도입 및 차세대 지능형 교통망(C-ITS) 구축에도 나선다.
정부는 앞선 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부문의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4300여 개의 다소비 사업장 대상의 에너지 소비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도 진행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인 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새 정부는 이에 대응해 공급 측면에서는 원전 활용도를 제고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