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라도 가능성 있다면 도전해야죠”

‘의족 골퍼’ 박용환
5세 때 교통사고로 오른발 잃어
의족골퍼로서 첫 KPGA 정회원
베스트 65타…곧 2부 투어 활동
"언젠간 1부 우승 트로피 들 것"

박용환이 23일 경기 용인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아이언 샷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박용환

의족 골퍼로는 KPGA 최초로 정회원에 입회한 박용환. 사진 제공=박용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부모님과 코치님·프로님과 전화하면서 하염없이 울었던 것 같아요.” 16일 전남 사우스링스 영암CC에서 열린 2022 제1차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프로 선발전 마지막 날.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합격 통보를 받은 의족 골퍼 박용환(26)은 감격에 벅차 눈물을 쏟았다. 나흘 합계 이븐파 288타를 친 그는 A조 공동 10위로 50명(A·B조 25명씩)을 뽑은 정회원 선발전을 당당히 통과했다.


박용환은 다섯 살의 나이에 큰 아픔을 겪었다.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의 일이다. 황색 점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화물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른쪽 발목 아래 부분을 절단할 정도의 큰 사고였다. 수술 후에도 약 1년간 병원 생활을 해야 했다.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문득 떠오를 정도로 어린아이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던 소년에게 골프는 한줄기의 빛이었다. 직업 군인인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는데 살면서 가장 큰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배우면 배울수록 단순한 취미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용환은 골프 선수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때가 중학교 2학년, 열네 살이었다. 박용환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때는 장애인 골프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라고 돌아보며 “부모님께서 비장애인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가족들의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한쪽 발이 없으니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박용환은 “발도 발이지만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 키도 작고 왜소했다”며 “신체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공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쳤다”고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프로님과 부모님도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하셨다”며 “하루에 1500개의 공을 쳤는데 그때 샷 연습한 것의 반만 퍼트 연습을 했으면 지금 더 나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악착같이 골프에만 매진한 박용환은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지 5년 만에 세미 프로(준회원)가 됐다. 성인이 된 후로는 투어 프로 자격을 얻기 위해 달려왔다. 이번 정회원 입회가 7년 만의 결실이다. KPGA에 따르면 의족 골퍼가 정회원 자격을 얻은 것은 박용환이 최초다. 베스트 스코어가 65타인 그는 “다리가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골프를 치는 느낌 자체도 다른 프로님들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주위에서 많은 도움과 응원을 주셨다”며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가지 꿈을 이룬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용환은 올해 후반기부터 2부 투어를 병행하면서 틈틈이 장애인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올해 목표는 시즌 말에 예정된 1부 투어 시드전이다. 언젠가는 1부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행복한 상상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 박용환은 “지금까지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스스로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다”면서 “제가 좋은 결과를 내면 어려움에 처한 다른 분들도 저를 보고 희망을 얻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0.00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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