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면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금리 인상’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초래될 가능성에 대해 “침체 가능성이 확실히(certainly)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침체를 유도하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면서도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몇 달간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증거를 찾을 것이며 (이를 보기 전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 공개 석상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연착륙의 어려움을 길게 해명한 파월 의장의 모습에 시장에서는 그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연준이 얼마나 균형 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연준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우리가 엄청난 정확성으로 (경제를) 미세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시인했다.
파월 의장까지 공개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시장은 경기 침체 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최소 50%에 달한다”며 “미국과 유럽은 내년 하반기에 침체가 올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카일리가 실업률과 물가, 미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의 금리 격차, 단기와 중기 국채금리 차이 등 네 가지 변수를 바탕으로 경기 침체 확률을 측정한 결과 향후 4개 분기 내에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2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확률은 3분의 2(약 66%)까지 치솟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도 이날 “우리는 두 번 정도 더 마이너스성장을 하는 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하커 총재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마이너스성장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경기 침체로 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미국 경제가 비정상적인 상황을 맞게 되는 것만큼은 분명한 셈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날 “소비 부분이 매우 강하다. 개인들의 초과 저축에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소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 몇 달 내에 물가 압박이 완화되는 증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