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새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움직임에 대해 “아직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발표된 새 정부의 노동정책 중 주 52시간제 개편을 두고 노동계에서 원래 취지에 반한다고 반발하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왔다”며 “제가 아침에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를 한 것이 아니고 (추경호)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가지고 노동 시간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를 해보라고 얘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제도 개선 △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핵심은 주 52시간제 개편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현재 1주(12시간)로 제한된 연장근로 단위를 4주(48시간)로 늘리는 식으로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집중적인 연장근로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내달 발족, 4개월간의 논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입법과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민간연구회 조언’, ‘아직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장관이 언론 간담회까지 자청해 ‘새 정부 노동 개혁 방향’을 공개한 안을 두고 대통령이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긋는 모습 자체가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전날 발표가 ‘최종안’이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윤 대통령은 최종안을 보고 받은 적이 없는데 (최종안이 나온 것처럼) 언론 보도가 나오고, 또 (기자가) 그렇게 물으니까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박순애 교육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함동참보본부 의장 후보자 등 임명에 대해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다녀와서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나토 회의에 다녀와서도 국회 원 구성이 안 돼 있다면 세 후보자들을 임명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국회에) 시간은 좀 넉넉히 (줬다)”라고 답했다. 이어 “보통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시한을) 3일 하지 않나. (저는) 한 5일인가 일주일인가 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국회를 향해 재송부 시한을 관례보다 더 길게 해 보냈으니 조속히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세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오는 29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기한 내에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은 30일부터 세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이르면 내달 초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전날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국기문란”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경찰 측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두고 김창룡 경찰청장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김 청장의) 임기가 한달 남았는데 뭐 그게 중요한가”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당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