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연저점을 새로 쓴 코스피지수가 24일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관투자가의 순매수세가 있다. 기관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7797억 원을 사들이며 반등을 이끌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3855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국내 증시 낙폭을 키운 반대매매도 점차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28포인트(2.26%) 상승한 2366.60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우며 2300선까지 위협받았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2021년 2월 25일(3.50%)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23%)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89%)에 비해서도 눈에 띄는 상승 폭이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92포인트(5.03%) 급등한 750.30에 장을 마치며 전날 하락분(-4.36%)을 만회했다. 상승 폭은 2020년 6월 16일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기관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7797억 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249억 원, 319억 원을 팔아치웠지만 기관이 6403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개인은 5152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382억 원, 3855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네이버(NAVER)와 카카오가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가 1.62% 상승한 영향을 받아 각각 5.77%, 6.56% 급등했다. 삼성전자(1.74%)와 SK하이닉스(1.55%) 등 반도체주도 상승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1.25%)과 삼성SDI(3.19%) 등 2차전지주와 현대차(1.17%), 기아(0.39%) 등 자동차주 또한 상승했다. 다만 LG화학(-1.45%)은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 종목 총 941개 가운데 875개가 상승했고 하락 종목은 44개였다. 코스닥 종목은 1564개 중 1382개가 상승했으며 하락 종목은 74개였다.
최근 낙폭이 과대했다는 인식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이달 2일부터 전날까지 13.85% 하락했다. 이에 새로운 악재가 없는데 지수가 지나치게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관 등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전날 7~9%대 하락한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카카오게임즈는 이날 각각 5.56%, 8.25%, 5.78% 상승했다.
미국 증시의 강세도 훈풍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전날(현지 시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하반기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미국 국채금리 하락으로 위험 선호 심리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기대 인플레이션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투자자들이 경제지표 부진에도 둔감해지면서 통화정책 부담도 축소돼 과도하게 앞서간 긴축 기조 확대 우려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쏟아진 반대매매 물량이 낙폭을 키웠지만 점차 해소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 융자 잔액은 15일 이후 매일 3000억~4000억 원가량 줄어들며 23일까지 7거래일간 2조 3925억 원 감소했다. 21조 6085억 원이었던 신용 융자 잔액은 23일 19조 2160원으로 줄었다. 전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도 177억 9845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매매 금액이 직전일(228억 7527만 원)에 비해 22.19% 감소한 것이다. 이 팀장은 “반대매매, 외국인 선물 매매 등으로 악화한 수급 여건도 다소 개선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확인되지 않았고 경기 침체 가능성도 여전해 향후 경제지표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한국 등 주요국 증시는 낙폭 과대 인식, 임박한 2분기 실적 기대감 등에 힘입어 기술적 반등이 수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7월 중 발표될 예정인 6월 인플레이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경제지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75bp 인상에 대한 재료 소멸 인식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박스권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