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8)씨는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크록스'를 구매했다. 출퇴근길 내리는 비에 젖은 운동화를 신기보단 샌들이 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씨는 "회사 출근 복장이 비교적 자유로워 청바지에 제격"이라며 "신발에 붙이는 액세서리로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여름을 맞아 고무(러버) 샌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고무 샌들은 애초 리커버리 슈즈로 운동 이후 발의 회복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20~30대 사이에서는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각자의 개성이 중요시되면서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의 경계가 흐려진데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롯데온에 따르면 올해 1~6월 대표 고무 샌들 브랜드인 '크록스'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년 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200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탄생한 크록스는 론칭 초기 구멍이 숭숭 뚫린 투박한 '어글리 슈즈'로 시선을 끌었지만, 극강의 편안함과 통풍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으며 대표 샌들 브랜드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가벼운 외출 시 착용할 수 있는 '원마일웨어'(One-mile-wear)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크록스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은 23억1340만달러(약 3조원)로 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9% 늘어난 6억831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야외 활동뿐 아니라 의사 등 병원 근무자들이 애용하며 유명세를 탔다. 최근에는 직장에서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바지와 트레이닝 등 자율 복장 제도가 널리 퍼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19년 자율복장 체제 전환을 발표하며 직접 "반바지와 크록스를 신겠다"고 말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여기에 크록스가 신발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 '지비츠'를 론칭하면서 개성을 중요하시하는 10~20대들의 수요도 높아졌다. 형형색색의 지비츠를 크록스에 난 구멍에 다는 방식이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지비츠를 바꾸기만 하면 완전히 다른 신발로 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경제적이라는 인식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도 고무 샌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2018년부터 크록스와 손을 잡고 한정판 신발을 출시하고 있다. 135만 원 상당의 '발렌시아가X크록스 로고 플라크 플랫폼 뮬'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현재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에 190만 원대에 매물이 올라와있다. 미우미우와 구찌 등 글로벌 브랜드뿐 아니라 뉴발란스와 네파 등 국내 패션 업체들도 리커버리 슈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