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전쟁(6·25전쟁) 72주년을 맞아 잇따라 군중 집회를 열고 반미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이 한국전쟁 발발일(6월 25일)을 전후해 반미 군중집회를 연 것은 2017년 이후 5년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핵 및 탄도미사일 등의 개발을 지속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김정은 정권이 극심한 경제난, 식량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요동치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미국 등 외부로 돌려 정권을 유지하려는 꼼수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에 즈음하여 24일 근로단체들에서 복수결의모임을 진행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청년학생 모임에서 연설자들은 "지금 이 시각도 (미국이) 전쟁 연습소동에 광분하고 있다"며 "미제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전쟁의 불구름을 몰고 온다면 무자비하게 징벌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업근로자 모임에서도 "미제의 만행 체험자들은 살인귀의 후예들이 침략의 칼을 갖고 있는 한순간이나마 마음의 탕개를 늦출 수 없다"는 취지로 연설이 실시됐다. 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 등이 참석한 집회도 개최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이들 복수결의모임을 1면 지면에 사진을 첨부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해 '1950년대 조국수호정신은 주체조선의 영원한 필승의 무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전쟁 발발일에 대해 '미제가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아 우리 인민에게 헤아릴 수 없는 불행과 고통을 들씌운 날'이라고 괴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국은 말 그대로 전대미문"이라며 "우리들이 1950년대 조국수호정신으로 살며 투쟁해 나가라고 더욱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북한은 6·25 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를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지정하고 매년 대규모 집회로 미국을 성토해왔다. 이후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그해부터 군중집회를 열지 않았다가 올해 다시 재개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주민들을 동원한 군중집회를 통해 대미 경각심을 고취함으로써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