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용> 용사님들 저 드디어 강아지 입양했어요! 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지방에 사시는 저희 엄마가 입양하신 거지만요. 그래도 제가 입양 절차 전반을 진행했기 때문에 입양 과정에서 배운 것도, 느낀 바도 참 많았어요. 그래서 용사님들과 솔직한 입양 후기를 공유해보려고요. 입양을 꿈꾸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입양 콘텐츠는 3부작으로 기획했는데요. 1편은 다사다난했던 입양 과정, 2편은 입양 확정 후 이야기, 그리고 3편은 동물권행동 카라 입양 담당자와의 Q&A로 꾸며봤어요. 그럼 지금부터 우당탕탕 강아지 입양 스토리 1편을 시작합니다.
저희 가족은 한 번도 반려 동물을 길러본 적 없어요. 동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바빴기... 때문이에요. 아침부터 학교로, 직장으로 나가 다들 밤 늦게 들어오니 하루 종일 동물 혼자 집에 있어야 하잖아요. 동물에게도, 이웃들에게도 피해가 될 거라는 생각에 동물 들이기를 미뤄왔죠. 그런데 약 2년 전 엄마가 일을 파트타임으로 바꾸면서 오후 시간이 자유로워졌어요. 그렇게 새로운 생활 리듬에 적응해갈 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어요. “이제 우리 가족도 반려견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
<지구용>의 에디터로서 아무데서나 반려 동물을 데려올 순 없죠. 펫숍은 당연하고 개인 브리더에게서 개를 분양 받는 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엄마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셨고, 그렇게 저희 가족은 강아지 입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서 입양해야하나요?
1. 동물보호소에서 낸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 포인핸드 어플을 활용하면 전국 동물보호소의 공고 확인 가능. 나이나 동물 특성 등 소개가 자세하지 않음. 다른 곳에 비해 입양 절차는 간단한 편.
2. 카라나 동물자유연대 등 대형 동물보호단체에서 입양한다.
: 입양 공고가 상세함(나이, 성격, 건강 등) 절차가 비교적 체계적이나 공고가 업로드되는 동물 숫자가 보호소에 비해 적은 편.
3. 온라인 커뮤니티·SNS 등으로 활동 중인 소규모 동물 단체(또는 개인 구조자)를 통해 입양.
: DM 등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 단 별도의 생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 연락이 바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점 알아두세요!
이중에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정답은 모두 다 입니다! 보호자의 조건과 맞는 동물이 언제 어디에서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꾸준하게 모니터링 해야 해요.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2번이나 3번을 통하고 싶었어요. 동물의 건강 상태나 성격 등 정보가 자세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선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저는 중형견을 입양하자고 설득했지만 엄마는 혼자 케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소형견 입양을 원하셨어요. 직접 키우실 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결정, 엄마의 요구 사항에 맞는 친구들을 서치했습니다.
간단 입양절차
① 입양 공고 확인 및 신청
② 서류 제출 : 집 사진, 주민등록증 사진을 요구하는 곳 많음.
③ 서류 통과 후 면접 : 메신저 또는 전화.
④ 최종 면접 : 단체에 따라 생략하기도.
⑤ (단체에 따라) 1개월의 수습 반려기간 후 최종 입양 : 소유권 명의 이전 완료.
하지만 시작부터 예상치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입양 조건으로 나이를 내건 곳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미성년자 또는 60세 이상은 입양 사절을 내건 곳이 상당해 어머니가 나이 제한(!)에 걸린 거에요. 동물의 수명(개나 고양이의 경우 15~20살 안팎)을 다하는 날까지 케어해 줄 수 있는 나이대의 입양자를 찾기 위해 나이 제한을 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이제 가까스로 키울 여건이 되니 나이 제한에 걸린다는 말에 조금 좌절한 건 사실이에요.
의외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조건도 있었어요. 한 번도 반려 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요. 반려 경험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큰 감점 요인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경험도 좋지만 신청자의 라이프 스타일 및 성격과 동물의 성향이 잘 맞는지가 더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직업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을 선호한다고 해요. 전 은퇴해서 직업이 없으면 반려동물과 24시간 함께할 수 있으니 더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업이 있는 편이 경제력과 사회적 관계를 담보할 수 있어 더 선호한다고. 끝으로 1인 가구라도 낮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거나 최소한 야근이 적고 출퇴근 시간이 규칙적인 1인 가구라면 동물의 성향에 따라 입양이 가능해요. 1인 가구라도 본인이 정말로 동물을 잘 케어할 수 있는 여건과 자신이 있다면 용기 내 지원해보세요. (물론 대책없는 입양은 절대 안돼요!)
이렇게 여러 조건을 맞추다 보니 입양 선택지가 확 줄어들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대한 많은 루트를 통해 꾸준히 공고를 모니터링하는 것만이 답이에요.
이렇게 모니터링 하던 중에 한 동물보호단체에서 우리 집에 딱 맞는 친구를 발견했어요. 엄마에게 바로 공고를 공유하고 입양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죠. 나중에 쓰고 나서 보니 분량이 4821자에 달했어요.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몇 가지 알려드리면. 용서할 수 없는 반려동물의 행동은 무엇인지, 한 달에 반려동물에게 들어가리라 예상하는 비용은 얼마인지, 어떤 사료를 먹일 것인지, 집의 소유 형태와 크기까지 아주 자세했어요. 하지만 1차 서류에서 광탈...(탈락자에겐 연락 안해줍니다)
두 번째 입양 신청은 분위기가 좋았어요. 수도권의 작은 유기견 보호센터 인스타그램에 난 입양 공고를 보고 DM을 보냈는데요, 바로 답이 오더라고요. 또 다시 길고 긴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단톡방에서 6명의 단체 관계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저와 엄마 모두 인터뷰를 마쳤어요.(입사 후 실로 오랜만의 압박면접) 이후 단체 대표님과 엄마가 전화로 최종 면접까지 진행했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입양은 실패였어요. 임시 보호 중에 몇 차례 입질이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우리 가족도, 단체 측에서도 저희가 반려견을 기른 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에 걱정이 많았고, 결국 입양을 포기했어요.
저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단체에서는 보호소에 직접 와서 유기견들을 만나보길 권하셨어요. 직접 보면 더 결정을 내리기 쉬울 거라면서요.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와 만나 수도권에 있는 보호소로 향했는데요. 거기서 한 강아지를 만났어요. 엄마와 제가 다가가니 냄새를 맡고 싶어 앞발을 들고 일어나 얼굴을 쭉 빼밀더라고요. 관계자분께 양해를 구해 안아봤는데, 방금 전까지 똥꼬발랄하던 강아지가 얌전히 폭 안기는 거에요. “이것이 바로... 운명...?!”
※반려견 입양 스토리 2탄은 28일(화) 지구용 레터에 게재됩니다. (구독링크는 하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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