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 반입도 포함 '식량자급' 지표 만든다

국내 자급률 제고만으로는
식량안보 위기 대처 어려워
기업 등 해외 식량공급 확충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키로

EPA연합뉴스

정부가 ‘식량 자급’의 의미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한다. 전체 소비량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물론 유사시 해외에서 반입할 수 있는 식량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이 포괄적 의미의 식량 자급을 보여줄 지표인 ‘식량자급력(가칭)’을 만들어 해외 식량 공급망을 확충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정책을 발굴한다는 입장이다.


26일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의미의 식량 자급을 나타낼 지표인 식량자급력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는 식량자급률은 연간 국내 식량 소비량(사료용·해외원조용·수출용 제외) 중 국내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그런데 식량자급력에는 국내 생산량뿐만 아니라 전쟁·각국의 식량 수출 중단 등 유사시에도 해외에 진출한 공공·민간 기관을 통해 반입할 수 있는 식량의 양까지 포함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식량 자급의 의미가 넓어지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만들었던 개념인 식량자주율과 맥을 같이한다. 정부는 2011년 해외농업개발 등을 통해 확보하는 식량을 포함하는 지표인 자주율을 만들었다. 하지만 해외 진출 기업의 정착률이 떨어지고 미비한 유통 시설 등의 문제로 정착 기업조차 국내로의 식량 반입에 어려움을 겪어 자주율 관리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같은 실패에도 정부가 다시 관련 지표를 개발하려는 배경에는 자급률만으로는 식량안보 위기에 대처할 현실적 정책을 발굴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지 면적이 줄고 농촌도 고령화돼 자급률을 0.1%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72만 9982㏊였던 경지면적은 지난해 154만 6717㏊로 줄었다. 같은 기간 농가의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은 35.6%에서 46.8%로 뛰었다. 이런 구조적 이유로 식량자급률은 2016년 50.8%에서 2020년 45.8%까지 내려앉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식량 공급망 구축을 강조한 점도 지표 개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식량주권 확보’를 제시하며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 비상시에도 안정적인 식량 공급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식량자급력 지표를 만들면 해외 반입량 목표치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며 식량안보 위기에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식량자급력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기업의 정착과 유사 시 곡물 반입을 도울 정책도 함께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해외농업개발 진출을 신고한 기업 중 실제 활동하는 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36.4%에 그쳤다. 해외 진출 기업을 통한 곡물 반입량도 지난해 63만 3975톤으로 연간 곡물 수입량의 3.8%에 불과했다. 해외에 진출한 농기업 관계자는 “생산·유통 인프라 구축, 저리 융자 지원 등이 없으면 식량자급력도 결국 의미 없는 지표가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정부는 제4차 해외농업자원개발 5개년(2023~2027년) 종합계획에서 △해외농업개발 기업 지원책 △확보된 해외농업자원의 국내 반입 활성화 방안 △농림 공적개발원조(ODA) 및 해외농업개발 사업 간 연계 방안 등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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