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배고파요.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그룹 세븐틴(Seventeen)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열정을 폭발시켰다. 쉼 없이 계속되는 무대에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열정이 넘친다. 무대를 사랑하고, 팬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잔뜩 힘을 얻었다. 이제 세계 무대로 나가 에너지를 분출할 일만 남았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세븐틴(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의 세 번째 월드 투어 ‘비 더 썬(BE THE SUN)’의 서울 공연을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Face the Sun)’을 발표한 세븐틴은 앨범 선주문량만으로 200만장을 돌파하며 더블 밀리언셀러에 등극하고, 6번째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7위까지 올랐다.
데뷔 8년 차인 세븐틴은 무려 13명의 멤버가 모두 재계약을 체결, 변치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걷고 있다. 이들은 총 20개 도시에서 월드 투어를 진행하며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세븐틴은 지난 3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대면 팬미팅 진행했지만 단독 콘서트의 의미는 다르다. 지난 2019년 진행한 두 번째 월드 투어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의 공연이기 때문. 이번 공연은 세븐틴이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한 것으로, 이들이 고척 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회당 약 1만 7,500석, 양일간 약 3만 5,000석 규모의 공연이다.
특히 떼창과 함성이 가능한 공연이라는 점은 모두를 흥분하게 했다. 승관은 “전날부터 공연하고 이틀 중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멤버들끼리 너무 흥분해서 자기 전까지 여운이 남더라”고 말했다. 호시는 “무대를 볼 때 일어서서 봐도 좋다”고 함께 즐기는 공연을 유도했고, 다 함께 조슈아가 만든 구호를 외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승관이 팬들에게 마이크를 넘기자 한 목소리처럼 떼창을 한 순간은 압권이다.
이번 공연명은 정규 4집명의 연장선인 ‘비 더 선’이다. 디노는 “‘태양이 되고 싶다’는 뜻”이라며 “모두의 그늘을 벗어나서 빛을 가득 채우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븐틴은 강렬한 포부처럼 오프닝부터 무대를 뜨겁게 만들었다. 4집 타이틀곡 ‘핫(HOT)’과 수록곡 ‘마치(March)’, 3집 타이틀곡 ‘힛(HIT)’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단 번에 고척돔을 세븐틴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지금의 세븐틴을 만든 ‘록 위드 유(Rock with you)’, ‘아주 나이스(NICE)’ 등 타이틀곡 위주의 무대가 이어졌다. 승관은 “멤버들끼리 세트리스트를 심도 있게 상의하면서 만들었다”며 의미를 되새겼다.
깁스를 하고 무대에 선 정한의 부상 투혼은 팬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지난 15일 정한은 힘줄 손상 악화로 팔꿈치 수술을 받고 회복 중임에도 꼭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로 합류했다.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 정한은 오히려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팔이 이래서 속상하시죠?”라며 씩씩하게 팬들을 달랬다. 그러면서 “어제도 해봤는데 오늘도 얼마나 속상한지 속상함 테스트를 하겠다”고 속상한 팬들을 재치있게 달랬고 “여러분이 속상해하는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했다.
총 13명의 멤버가 퍼포먼스팀, 보컬팀, 힙합팀으로 나누어진 세븐틴은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유닛 무대를 활용했다. 퍼포먼스팀 준, 호시, 디에잇, 디노는 ‘문워커(MOONWALKER)’ ‘웨이브(Wave)’ 무대로 섹시하면서도 절도 있는 퍼포먼스를, 보컬팀 정한, 조슈아, 우지, 도겸, 승관은 ‘나에게로 와’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감성을 자극했다. 이어 무대를 선보인 힙합팀 에스쿱스, 원우, 민규, 버논은 ‘게임 보이(GAM3 BO1)’ ‘백 잇 업(Back it up)’으로 분위기를 한껏 띄우며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공연이 타이틀곡 위주로 세트리스트가 짜였지만, ‘수록곡 맛집’으로 불리는 세븐틴은 팬들이 애정하는 수록곡도 빼놓지 않았다. 정규 4집 수록곡 ‘섀도(Shadow)’ ‘달링(Darl+ing)’을 비롯해 ‘크러쉬(Crush)’, ‘헤븐스 클라우드(Heaven’s Cloud)’ 등 무대를 선보였다. 여기에 국내 팬들은 직접 무대를 보지 못한 일본 미니 2집 타이틀곡 ‘24H’ 무대까지 공개했다. 앙코르 무대는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 ‘스냅 슛(Snap Shoot)’과 대표곡 ‘아주 나이스’로 마무리했다.
엔딩 무대까지 달려온 호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땀이 나는데도 옆에 있는 멤버들이 땀 흘리면서 하니까 ‘그래 하자’ 라는 생각이 든다”며 “ 캐럿들이 없었으면 못했을 거다. 팬데믹 때부터 ‘온 힘을 다해서 무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공연을 하게 되니 좋다”고 밝혔다. 디에잇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최선을 다한다”고 열정을 내뿜었다. 아울러 소녀시대 태연과 샤이니 키, 방시혁 의장 등도 공연을 관람하며 세븐틴의 열정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총괄 리더 에스쿱스는 “이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예민했다. 스케줄이 많고 캐럿들을 위해 비밀로 준비했던 게 많아서 힘들었다”며 “그런데 어제와 오늘 캐럿들을 만나서 춤추고 노래하니까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참 축복받은 직업 같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겠나”라며 “한결같이 사랑해 준다는 게 힘들다는 거 잘 안다. 캐럿들을 위해서 더 잘 되고 최고가 되려고 한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디에잇은 “우리 13명이 함께하는 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13명이 함께하는 것에 더 감사하고 강동 느끼면서 살아가겠다”고 세븐틴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 각자의 힘듦이 있었다”면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할 테니 캐럿들도 옆에서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팬들과 미래를 약속하기도 했다. 승관은 멤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12명의 멤버들은 함께 승관을 안아주며 “승관아 사랑해”라고 외쳐 감동을 안겼다.
조슈아는 “고척돔에서 공연을 하면 포스터가 걸린다고 하더라. 대단한 선배 아티스들이 여기에서 공연을 하지 않았나”라며 “캐럿들과 성장해 나가는 것 같다. 우리는 하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데뷔 7년 만의 고척돔 입성에 대한 의미를 되짚었다.
세븐틴이 공연 말미 공개한 깜짝 영상에는 다음달 리패키지 앨범으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담겼다. 이에 팬들은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세븐틴은 또 한 번 국내 팬들과 추억을 쌓고 오는 8월부터 월드 투어를 재개한다. 이들은 오는 8~9월 미국과 캐나다 12개 도시, 9~10월 아시아 4개 도시에서, 그리고 11~12월 일본 돔 투어를 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