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사라진 태양광…중부지방 폭우 때 발전비중 1.9% 그쳐

■ 전력 불안 키우는 신재생
오후 6시 이후부턴 0%로 떨어져
값비싼 LNG발전으로 부족분 메워
널뛰기 발전량에 전력계통 부담 커
"싸고 안정적 공급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 정책 개편해야" 지적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이전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태양광 설비는 전체 전력 설비(134GW)의 15% 수준인 20GW 규모에 달하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관련 비중이 일평균 기준 1% 내외로 급락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적폐’ 취급을 받았던 원자력은 비가 오는 날에도 국내 전체 전력 생산의 25% 이상을 안정적으로 담당하고 있어 이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기하는 태양광의 ‘발전 간헐성’ 보완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값비싼 에너지원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에너지 믹스’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가 내렸던 이달 23일 정오~오후 1시 기준 태양광은 1524㎿ 규모가 출력돼 전력 시장 내 발전 비중이 1.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는 하루 중 태양광발전 효율이 가장 높을 때다. 특히 오후 6시 이후부터는 아예 출력 비중이 0%로 떨어졌다. 태양광의 빈자리는 값비싼 LNG 발전이 메웠다.


우천 시 태양광 역할이 지워지는 셈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계통망에 연결되지 않은 자가발전용 태양광 등의 발전량을 모두 합치더라도 태양광의 출력 비중은 6.3%(23일 정오~오후 1시 기준)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태양광의 발전 간헐성이라는 단점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3일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도 비가 내렸을 경우 계통망에 연결되지 않은 태양광발전을 모두 합치더라도 태양광 비중은 1~2%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통 여름 장마가 6월 말부터 한 달가량 이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 달간은 태양광발전이 사실상 전력 계통망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간 기준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8월에는 기온이 25도 이상이 되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광의 특성 때문에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발전 비중이 봄철 대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들쑥날쑥해 전력 계통망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날씨가 비교적 맑았던 이달 22일(정오~오후 1시 기준) 태양광 출력 비중은 전력 시장 내에서는 6.1%, 전력 시장 밖 발전량까지 합칠 경우 20.0%까지 치솟는다. 이 때문에 태양광발전 효율이 가장 높은 5월 초에는 태양광이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후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신재생의 발전량 널뛰기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자칫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전력은 생산량이 수요보다 모자라도 문제지만 많아도 문제인 탓이다. 실제 제주 지역에서는 올해 태양광 발전량이 지나치게 많아지자 10여 차례 출력을 제어하기도 했다.


반면 이전 정부에서 고사 위기에 몰렸던 원전은 23일 하루 동안 1만 9800㎿의 전력을 꾸준히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톡톡히 제 몫을 했다. 원전의 국내 발전설비는 이달 기준 2만 3250㎿로 국내 전체 태양광 규모(1만 9705㎿)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일평균 발전량은 원전 대비 최대 10여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원전은 태양광의 발전 간헐성을 보완해주는 LNG 대비 가격 경쟁력도 압도적으로 높다. 원전의 지난달 1㎾h당 발전 단가는 39원 40전으로 LNG(161원 90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태양광의 지난달 발전 단가는 139원 30전 수준이지만 대형 발전사들이 태양광 업체에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관련 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단가는 LNG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 같은 신재생 발전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이전 정부의 경우) 전력 계통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보급 확대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다”며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야 하지만 숨은 비용에 대한 고려도 반영해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측은 신재생 설비를 중심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을 추진할 경우 신재생 발전 간헐성을 제어해줄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용만 60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발전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해 ESS와 같은 전력 계통 안정화 수단을 함께 늘려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계절이나 시간대와 무관하게 값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을 중심으로 신재생과의 적정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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