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親尹)계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당내 세 대결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혁신포럼’이 이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와 같은 날 열리면서다. 양측 모두 세력화에는 “과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차기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포럼에 참석하며 친윤계와의 ‘스킨십’ 확대에 나서는 등 당 주도권을 둘러싼 연대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미래혁신포럼 강연에는 국민의힘 의원 약 60명이 참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유상범·정점식·김정재·박성민 의원 등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이 다수 참석하면서 친윤 세력이 집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날 강연이 ‘혁신’을 주제로 진행됐다는 점도 당 혁신위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라는 추측에 힘을 보탰다.
특히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안 의원의 포럼 참석이다. 안 의원은 강연장 맨 앞줄에서 장 의원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을 가운데 두고 앉아 ‘친윤계’와의 연대설에 힘이 실렸다. 안 의원은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포럼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보고 제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법안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포럼에 정회원으로 참석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24일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적은 데 대해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속이 타나 보다”며 이 대표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언급한 ‘간장’에 대해 안 의원의 별명인 ‘간철수’와 장 의원의 성을 따서 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이 대표와)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가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띄운 혁신위도 첫 회의를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출범 전부터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혁신위는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혁신위는 최고위원회의 전원 동의를 얻고 출범한 조직”이라며 당내 갈등 전선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선 이 대표는 이날도 친윤계를 향해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친윤계로 묶이는) 김정재 의원이 제가 혁신위에 5명을 지명했다는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며 “혁신위를 이렇게 지속적·조직적으로 흔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을 향해 “조속히 제가 지명한 5명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압박하면서 “익명으로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했더니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니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환송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윤리위 징계, 친윤계와의 공개 충돌 등에 따른 불편한 기류가 노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