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애비 코언


2001년 9·11 테러 참사로 휴장했던 뉴욕증시가 나흘 만에 문을 열자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9월 17일 이후 5일 새 14.5%나 급락했다. 주간 단위로 1929년 대공황 이래 최대 낙폭이었다. 그때 불안한 투자자들을 달래줄 구세주가 등장했다. 골드만삭스의 여성 분석가인 애비 조지프 코언은 “궐기하라,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며 주식 투자 비중을 70%에서 75%로 상향 조정하라고 주문했다. 애국심에 호소한 코언의 권고는 당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을 이끌어내면서 주가 반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52년 미국 뉴욕의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코언은 코넬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투자은행인 드렉설버넘램버트에서 투자 분석 업무를 익힌 뒤 1990년 골드만삭스로 이직해 투자정책위원회 공동회장 겸 수석투자전략가를 지냈다. 그는 1990년대 최장기 미국 증시 호황을 예언해 월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월가의 유명 분석가들과 달리 주식 투자를 적극 권유하면서 다우지수 1만 선 돌파를 정확히 예측했다. 현재 컬럼비아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하는 코언에게 ‘월가의 여제’ ‘강세장 여왕’ 등의 찬사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코언의 발언이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애비 효과(Abbey Effect)’라는 말도 등장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의 고수익과 노동 생산성, 교육 시스템 등을 근거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코언은 1999년 ‘애비가 안 된대’라는 금욕 캠페인을 주도해 10대 소녀의 임신율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코언이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오르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금리 상승기에는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투자 원칙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우리도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대처하려면 구조 개혁 등을 통해 경제 체질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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