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흉기난동에 방화까지…의료계 경악 "실효성 있는 처벌 필요"

60대 남성, 부산대병원 응급실서 휘발유 몸·바닥에 뿌리고 방화
의사협회·병원협회 "의료인 대상 범죄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 달라" 촉구

지난 24일 밤 60대 남성이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방화를 시도해 40여명이 대피하고 11시간 동안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제공=부산소방본부

응급실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한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방화사건까지 발생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료인 대상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처벌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치료에 불만을 품은 보호자가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다 방화를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5분 여 만에 진화됐지만, 현장에 있던 병원 의료진 4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다음날 오전까지 11시간 가량 응급실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앞서 지난 15일 용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는 70대 남성 A씨가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방화사건에 대한 규탄 성명을 내고 "응급상황으로 이송된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공익적 장소이자 병원의 가장 위급한 공간인 응급실 내에서 고의적인 방화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응급실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산소공급장치 등의 장비가 있어 폭발과 인화의 가능성이 지극히 높은 시설인 데다 통상 급성기 병원의 1층에 위치해 대형 재난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협은 "응급실 환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생명을 위협한 사건으로서,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폭력, 방화 등 강력범죄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응급실을 비롯한 진료현장에서의 폭력행위는 응급 환자 등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중단으로 이어져 결국 응급실 등이 마비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2019년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 시 가중처벌을 하도록 됐으나,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폭행이 전혀 근절되기는 커녕 오히려 폭력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현재의 응급실에서의 폭행 등에 대한 대응방식이 겉치레에 불과하기 때문에 범죄 억제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는 사회 구조적인 지원과 효력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가중처벌을 의식한 경찰이 오히려 피의자를 전면 외면하는 문제와 더불어 응급실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수상할 경우 해당 기관이 그를 환자로서 치료, 보호하게 되는 역전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 중인 의료인에게 폭행 및 협박을 범한 가해자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등도 적극 논의돼야 한다는 게 의협 측 주장이다.


앞서 대한병원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응급실 내 의료인 폭행에 대응하는 그동안의 대책들이 옳은 방향이었는지 되짚어보고 '응급실 안전한 진료환경 개선 TF'를 구성하자"고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의협은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심각성과 관련해 오는 7월 1일 대한변호사협회 및 국회 김미애 의원실과 함께 관련 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을 논의하는 긴급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협은 "현장의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이러한 방안의 구체화 및 입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한응급의학회 및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와 함께 응급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폭력 실태조사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더 이상 야만적인 폭력범죄가 응급실 등 공익적 의료현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중재안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작동시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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