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독촉장, 월세도 못내…'완도 실종가족' 생활고 겪은 듯

체험학습도 급히 신청한 듯
조 양, 신청 당일엔 결석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캡처

교외 체험학습을 간다고 했다가 실종된 초등학생 가족이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7일 광주 남부경찰서와 뉴스1 등에 따르면 조유나(10) 양이 부모와 함께 살던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는 법원의 특별우편 송달이 적힌 노란 안내장이 붙었다. 법원 특별우편 송달은 법원 집행관실에서 민사나 형사소송, 채무불이행 등과 관련한 서면을 보내는 우편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5일 방문했다가 사람이 없어 연락을 달라고 쪽지를 붙였다”며 “카드사에서 (조 양 어머니인 이모 씨에게) 2700만~2800만원 받을 것이 있다고 지급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양 아버지는 컴퓨터 판매업을 했으나 지난해 7월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이 씨도 그 무렵 직장을 그만두며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월세를 내지 못했다는 주변의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통신 기록과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실종되기 전까지의 행적을 파악 중이다.




방송화면 캡처


조 양이 살던 아파트 입구 복도에는 분홍색 유아용 자전거와 검은색 성인용 자전거가 바퀴에 바람이 빠진 채 덩그러니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관문 손잡이는 긴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


조 양 아파트를 방문한 경찰 관계자도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집안이 엉망이었다”고 밝혔다.


조 양 가족이 학교에 알렸던 교외 체험학습도 급히 준비한 정황도 포착됐다.


광주 남부경찰과 모 초등학교 등에 따르면 조 양의 부모는 지난달 1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조양과 함께 제주도로 교외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교외 체험학습 기간은 5월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로 약 한 달가량 떠나는 일정을 고작 이틀 앞두고 신청한 셈이다.


가족이 머물 숙소도 체험학습을 신청한 당일인 17일에서야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소는 이 가족이 행선지로 밝힌 제주도가 아니라 전남 완도 명사십리 인근 한 펜션이었다. 처음부터 제주도 교외 체험학습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27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물하태선착장에서 경찰이 실종된 조유나(10) 양과 가족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조 양은 교외 체험활동을 신청한 당일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양의 부모는 조 양이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고 알려 학교 측은 '질병 결석'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8일은 지방공휴일로 전교생이 등교하지 않는 날이어서 학교 측은 체험학습 신청 당일부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할 때까지 조 양을 보지 못했다.


조 양 가족은 체험학습 기간이 시작된지 5일이 지난 지난달 24일부터 예약한 펜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까지 4일간 묵은 뒤 하루 건너 29일 다시 입실해 30일 오후 11시 펜션을 빠져나갔다. 당시 조 양의 어머니가 조 양을 등에 업고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펜션을 나온지 2시간 뒤인 31일 오전 1시 전후 20분 간격으로 조 양과 조 양 어머니의 휴대전화 전원이 각각 꺼졌다. 3시간 뒤인 오전 4시께 펜션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송곡항 인근에서 조 양 아버지의 휴대전화도 꺼졌다.


이 때부터 조 양 가족은 행방이 묘연했다. 이후 교외 체험학습 기간이 끝나도 조 양이 등교하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의 신고로 실종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 측은 조 양 부모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 21일 가정방문을 했지만 우편물 등만 가득 쌓여있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에 경찰에 신고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