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K바이오의 기술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금융시장 충격으로 바이오 기술 거래 시장이 급랭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K바이오 업계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해 임상 과제 진행 속도가 느려진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이비엘바이오, 노벨티노빌리티,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총 2조8974억 원 규모(거래규모 비공개 계약 제외)의 기술을 수출했다. 지난해 상반기 6조2534억 원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2년 전인 2020년 상반기의 7조6465억 원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3년 전인 2019년의 2조 2346억 원 수준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부진의 이유로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을 꼽는다. 실제 미국 금융시장에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급랭했다. 바이오 업종 경기를 진단할 때 곧잘 인용하는 미 S&P 바이오테크 ETF (XBI)는 지난해 1월 150달러를 넘었지만 현재는 76달러 대로 반토막이 났다. K바이오의 주요 기술수출 대상인 글로벌 빅파마들이 현금을 중시하는 경영 모드로 돌아선 것도 직격탄을 날렸다. 금리인상과 금융시장 충격을 예상해 연구개발(R&D), 라이선스인(license-in), 인수합병(M&A)에 쓸 돈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등 빅파마의 올 상반기 잉여현금흐름은 역대 최대 규모로 경영전략에서 현금 확보를 최우선에 뒀다는 의미"라며 "자금이 투입되는 기술 거래 시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금유입이 급감하면서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최악의 자금조달 여건을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 바이오 투자 열기가 식었다. KRX 헬스케어 지수는 2020년 12월 7일 5685.12까지 갔던 것이 27일에는 2887.26을 기록했다. 여기에 바이오기업 기업공개(IPO)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벤처캐피탈(VC)들 역시 올 1분기 바이오·의료 업종 신규투자 비중을 19.5%로 전년 대비 8.5%포인트 줄였다.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유치 여건이 악화하면 신약개발 기업도 코스트컷(비용절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생존이 우선인 상황에서 R&D 비용을 줄이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의미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들은 지금 팔면 제 값 못받는다고 판단, 최대한 제값을 받으려고 기술수출 시점을 조절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기술수출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사업구조 자체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언제까지 문을 걸어잠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글로벌 업계의 인하우스(자체) 신약개발 전략은 이미 끝났다"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측면에서 한국 바이오 기술을 찾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K바이오 기업들 중 올 하반기에 기술수출을 목표로 임상 등을 진행하는 곳들이 상당하다는 점도 하반기에 기대를 걸게하는 요소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못했던 업계의 대면 파트너링 미팅이 최근 본격화한 만큼 하반기에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