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취약계층에 한해 예적금담보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관치 논란’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만큼 실제 추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23일 10대 금융지주 총괄 부사장급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현재 ‘예금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진 예금담보대출 금리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한 당국자는 ‘예금금리 없이 가산금리’만 적용해 예금담보대출 금리를 도출하는 안을 선제적으로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거나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해당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상 인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은행 ‘팔 비틀기’가 도를 넘어섰다”며 “애당초 예금담보대출이 대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데다 역마진이 불가피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예금담보대출은 차주가 보유한 예금 잔액의 최대 95% 범위에서 급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급한 돈이 필요할 때 만기에 다다른 예금을 깰 필요 없이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고금리 시기에 특히 유용하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할 때도 이자만 포함되는 점 역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예금담보대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3조 7934억 원에서 올해 5월 말 4조 251억 원으로 5개월 만에 2317억 원(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예금담보대출 금리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담보대출 금리는 2.54%였으나 올해 4월은 2.92%로 3%에 근접했다. 예금담보대출 금리는 예금금리에 가산금리 1.00~1.25%포인트를 얹어 매겨지는데 예금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예금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급등한 것이다. 이에 소상공인·서민·청년 등 취약층을 위한 안전망 제고 차원에서 예금담보대출 금리를 손보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차주가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