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는 법이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지, 또 선과 형평의 길은 어디 있는지를 항상 반추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김재형 대법관은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자율과 공정’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법률가는 옳은 것을 추구하고 공평과 형평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법관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극우 논객 변희재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이 있기 마련”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하려면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인에게 ‘종북’ ‘주사파’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 대법관은 “부당한 표현으로 도의적·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사안에 대해 무조건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법적 판단으로부터 중립적인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빈발하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얼마만큼 형사처벌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때가 됐다”며 “법원 판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법무부와 대검 검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해서 합의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명예훼손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두고 “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명백히 넘는 표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