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도어스테핑 신선하지만 정책 혼선 막으려면 즉흥 답변 조심해야” [청론직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권한 막강해진 경찰 민주적 통제 필요, 공수처 폐지해야
尹, 특별감찰관 임명 안 한 文과는 다른 모습 보여주길
옥상옥 여전해 ‘청와대 정부’ 이어 ‘대통령실 정부’ 우려
여가부 폐지·우주청 설치 등 공론화해 9월 국회 처리를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찰국 신설을 통해 거대 조직에 막강한 권한까지 더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수시로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것은 소통 강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즉흥 발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국정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조직과 행정 개혁의 전문가인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대화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신선하다”면서도 “즉흥적 답변은 정책 혼선을 낳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신속히 임명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막강해진 만큼 경찰국 신설 등을 통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폐지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출근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신선하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즉흥적 답변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장관이나 실무자급에서 해야 할 답을 대통령이 그냥 해버리면 정책에 큰 혼선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대통령은 ‘조금 더 지켜보자’ ‘내가 답변할 때가 아니다’ 정도까지만 말하는 게 좋겠다.


-요즘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검찰 제복을 입지는 않지만 제복 조직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법무부의 통제를 받아왔는데 경찰은 제복 조직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행안부의 통제가 필요하다. 경찰은 김창룡 경찰청장이 ‘14만 경찰 가족’이라고 밝혔듯이 거대 조직이다. 정보 수집과 수사 등 기소 전 단계까지 권한이 막강해졌는데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성형주 기자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정부 조직 설계도’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공수처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공수처는 본연의 사명인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조사·수사하고 기소할 역량, 즉 수사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게다가 고위 공직자의 범죄 혐의는 경찰 또는 검찰이 수사하다 발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공수처가 이를 중간에 경찰·검찰에서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경찰이나 검찰에 비해 부족한 정보를 갖고 공수처가 뒤늦게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지연 수사,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공수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공수처는 출범 17개월이 지났지만 설립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심지어 특정 사건에 대한 공수처와 경찰·검찰 간의 관할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밝혀내고 효과적으로 처벌하지 못하면서 되레 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키는 공수처 조직은 즉시 폐지하는 것이 옳다. 공수처 신설은 명분과 실익이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특별감찰관 임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할 목적으로 한 특별감찰관법이 있으므로 당연히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가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특별감찰관 없이 5년을 그냥 보냈다.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초반 정부 조직 운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과반에 턱없이 부족한 여당의 국회 의석수와 거대 야당의 정부에 대한 강경 기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정부 조직 개편의 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항공우주청과 이민청 신설 등 핵심 과제들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7~8월에는 정부와 여당이 해당 과제들을 공론화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정부 조직 개편 과제를 꼽는다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여가부 개편이다. 대선에서 이에 대한 찬반 논의가 진행됐다. 여가부가 전 서울시장·부산시장의 성 추문, 위안부 할머니 관련 윤미향 의원이 관여한 공익단체 비리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조직 설치의 근거인 여성 보호 및 양성 평등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의 대한민국 행정조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의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대통령실에 지나치게 권한이 몰려 있어 중앙 행정기관과 기관장의 권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 집중된 정책 결정과 인사 권한을 국무총리와 중앙 행정기관의 장에게 위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성형주 기자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축소 공약은 잘 이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정원은 486명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 같은 인력 규모를 조금 줄였다. 그러나 경제·사회 등 국내 정책의 기획 조정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국무총리실도 국내 정책의 기획 조정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중앙 행정기관의 의사 결정 기능을 소수의 대통령실 인력이 수행하는 것은 옥상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여전히 ‘대통령실 정부’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다.


-그동안 ‘청와대 정부’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실 정부’인가.


△대통령실의 과도한 권한 행사로 중앙 행정기관의 대통령실 ‘해바라기’, 공무원의 무기력과 복지부동, 정책의 추진 부실과 실패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가 안보 등 중요한 국정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 대통령 대신에 그 권한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실 비서진이다. 경험이 부족한 데다 소수인 비서진이 대통령의 이름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대통령실 정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안은 뭔가.


△국내 정책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좋겠다.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권한을 줘 정책을 결정하게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 국무총리와 장관이 법률이 정한 정책 결정과 인사 권한을 갖는 ‘힘 있는 총리와 장관’ 체제에서는 국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물론 정책 효과도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에 인사 검증 권한을 부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다.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과거 대통령실의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가졌던 인사 검증 권한을 대통령실 밖으로 꺼낸 것만으로도 인사 검증 기능의 투명성과 외부 통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다만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에 두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성형주 기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옳은 결정인가.


△과거에는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이 비서실 건물과도 분리돼 있었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비서실 건물에 작은 대통령 집무 공간을 추가로 두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대통령집무실 큰 방에서 홀로 있을 수밖에 없는 청와대 구조는 바꿀 필요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대통령집무실과 비서실 건물을 통합하는 신축 방안을 고려할 수 있었지만 국방부 건물로의 이전을 선택했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이전과 새로운 대통령 관저 확보에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을 쓰고 있다.


-김 교수는 평소 부총리제 폐지를 주장해왔는데.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획·예산·재무·세제 등 이미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경제부총리 지위까지 준 것은 다른 장관에 비해 과도한 권한과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기재부 장관은 국무총리 아래에 있지만 기재부는 국무총리실 위에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별도의 정책 수단이 없기에 다른 사회 부처를 통제하거나 정책을 조정하기가 어렵다. 기재부 장관에게는 부총리직이 불필요하고 교육부 장관에게는 부총리직이 작동되지 않기에 부총리제를 폐지해도 무리가 없다.


-정무장관 신설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통령비서실에 정무수석비서관이 있지만 추가로 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특히 여당의 국회 의석이 소수일 때 정부와 야당 관계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대야 관계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이 국무위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당연히 정무장관은 여의도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야당과 여당을 넘나들며 정당과 국회의 목소리를 대통령과 내각에 전달해야 한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성형주 기자

-날로 심각해지는 고령화·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어떤 조직적 대응이 필요한가.


△한국은 2020년부터 전체 인구 감소 추세가 시작됐고, 특히 생산 가능 인구는 매년 30만~40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무역 규모로 세계 8위인 한국은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230만 명의 체류 외국인에 대한 규제와 지원을 국가 위상에 맞게 선진화해야 한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독립된 출입국이민청으로 승격하는 것은 외국인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다.



◆He is…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맡아 전자 정부, 정책 분석·평가, 행정 개혁 등에 대해 강의해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한국행정학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평의원회 부의장, 지능정보사회 정책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윤석열 정부의 정부 조직 방향을 제시한 ‘중앙정부 조직 설계’와 ‘스마트시티의 정책 이슈’ ‘정부 기능과 조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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