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7월 초부터 발표되는 2분기 실적은 기업들이 그나마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 이후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이익 전망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한국 경제가 후퇴 중이라는 지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지나친 우려는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29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3곳 이상의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있는 215곳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순이익 전망치는 연초 추정치 대비 각각 2.42%, 1.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실적 전망치의 하향 폭은 더욱 크다. 증권가는 올해 초 상장사 209곳의 내년 영업이익이 261조 7166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집계한 내년 이익은 252조 497억 원으로 연초 대비 3.69% 줄었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 눈높이부터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조정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된 데다 하반기 중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던 반도체 수급 개선이 내년 초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이달 21일 이후 삼성전자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10곳의 올해 영업이익 평균치는 기존 61조 7965억 원에서 57조 6044억 원으로 6.78% 감소했다. 내년 전망치 또한 65조 1592억 원에서 57조 3805억 원으로 11.93% 줄어들었다. 이에 목표 주가도 평균 9만 100원에서 8만 450원으로 하향됐다. 통상 목표 주가는 중장기적 목표 지점을 제시하는 만큼 당분간 삼성전자가 8만 원대를 복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하향 폭은 더욱 컸다. 21일 이후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6곳의 올해 영업익 평균 전망치는 기존 16조 9497억 원에서 14조 8020억 원으로 12.67% 줄어들었다. 내년 전망치 또한 19조 4282억 원에서 15조 7712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목표 주가는 16만 원 수준에서 13만 7500원까지 하향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근 판매 부진으로 재고 축소를 위한 부품 구매를 줄일 뿐 아니라 IT 세트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메모리반도체 수급 개선도 내년 초로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 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재고가 쌓여 있는 기업이 많은데, 매출 원가율이 상승하고 기업 마진이 줄어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전에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 정도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3~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에도 증권가 전망치가 하향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기업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비용을 감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적 전망치가 전반적으로 하향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은 구체적인 경기 후퇴 징후가 나오기 전까지는 과도한 우려와 공포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실적 악화 우려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2000선 초반까지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2000선 초반까지 지수가 추락하는 것은 한국 경제 전체가 후퇴하는 징후가 발견돼야 가능하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저물가 상황에서 모든 기업이 호황을 누리던 것과 반대로 이제는 기업들이 생산 비용을 얼마나 잘 절감하는지가 중요한 지표가 되는 시기”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