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올해 3개월 새 3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금리가 연일 인상되면서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평가이익은 계속 떨어지고 발행하는 채권금리는 높아진 탓이다. 금융 당국이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관련 제도까지 변경했으나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RBC비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기준 보험회사의 RBC비율이 209.4%로 전 분기(246.2%)보다 36.8%포인트 하락했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208.8%로 45.6%포인트, 손해보험사는 210.5%로 20.9%포인트 각각 줄었다. RBC비율이란 요구 자본 대비 가용 자본으로 현행 보험업법상 RBC비율은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보다 높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보험회사별로 보면 생보사에서는 DGB생명이 보험업법의 기준치보다 낮은 84.5%를 기록했다. 전 분기 말보다 무려 139.1%포인트 줄었다. 이에 DGB생명은 4월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재는 법적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KB생명보험 151.0%, 흥국생명 157.8%, 농협생명 131.5%, DB생명보험 139.1%를 기록해 위험권에 들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MG손해보험이 69.3%로 제일 낮다. 한화손보가 122.8%, 흥국화재가 146.7%로 당국의 권고치를 밑돌았다.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금융 당국은 6월 말부터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제도의 잉여액 일부를 가용 자본으로 인정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금리 상승으로 보험부채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잉여금을 가용 자본에 반영해 RBC비율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제도 변경에 따라 2분기 RBC비율이 상당 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변경된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당장 30일 예정된 이복현 금감원장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 첫 상견례에서 보험사의 건전성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에 추가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촉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감원 측은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 확충 유도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