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실적 쇼크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려왔던 미국 여객·크루즈 기업들의 주가가 ‘리오프닝(경기 재개)’보다 먼저 찾아온 경기 침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들 역시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로 크루즈 산업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목표가를 대폭 하향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주식 가치가 ‘0달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대표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CCL)이 전 거래일 대비 14.13% 급락한 8.8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66달러까지 내려앉아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2020년 4월 기록한 최저가(7.8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IB 모건스탠리가 카니발의 목표 주가를 월가의 최저치인 7달러로 크게 낮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카니발 주가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최악의 경우 주식 가치가 ‘제로(0)’가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경기 침체로 재차 여객 수요가 충격을 받아 고객들이 예약을 미루고 기존 예약금을 환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의 경고는 크루즈 섹터의 약세로 이어지며 로열캐리비언크루즈(-10.26%), 노르웨이안크루즈홀딩스(-9.33%) 등도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카니발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0달러를 웃돌았고 코로나 이후인 지난해에는 코로나 이후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20~30달러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올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주당 10달러 아래로 내려앉는 등 반 토막이 났다. 최근 분기 예약이 두 배 늘었다고 보고하며 10달러 선을 넘는 등 반등의 기미가 보이기도 했지만 IB들이 줄지어 목표가를 하향하며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 앞서 28일에도 IB 스티펠은 카니발의 목표 주가를 30달러에서 20달러로 낮췄고 미국의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도 카니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유지한 후 목표가를 13달러까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