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즈미니섬(뱀섬)’에서 자진 철수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과 달리 실상은 우크라이나군에 '패퇴’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흑해 최대의 요충지인 뱀섬을 우크라이나에 내줬다는 것은 자국을 겨냥해 지어낸 변명일 뿐이라는 의미다.
영국 BBC는 6월 30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뱀섬 방어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해안선에서 불과 35㎞ 떨어진 뱀섬은 미사일과 곡사포·드론 등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원거리에서도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2월 24일 전쟁 발발과 동시에 뱀섬을 점령한 후 4개월 동안 쉴 새 없이 탈환을 시도했으며 이에 러시아군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BBC는 설명했다. 특히 4월에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맞아 침몰하면서 러시아군의 대공 방어망에 구멍이 뚫렸고 이는 뱀섬 방어에도 큰 타격을 줬다.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최근에는 뱀섬에서 가까운 우크라이나 남부 최대 항구도시 오데사에 프랑스제 차량화자주포가 배치돼 우크라이나의 공격력이 더욱 증강됐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적들이 고속 보트 2척을 타고 급하게 기지를 떠났으며 불타는 섬에서는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남부 봉쇄를 시도하던 러시아가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큰 뱀섬을 그냥 내줬다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스티브 로젠버그 BBC 러시아에디터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 “자칭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속이기 위한 정치 선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