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진 반려동물 입양 장려 카피다. 언젠가 반려동물을 맞이하고 싶은 많은 이들이 유기견이나 유기묘의 입양을 꿈꾼다. 하지만 정작 입양을 위해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입양하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과연 입양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 것일까. 최근 삼수 끝에 반려견 입양에 성공한 기자의 경험을 통해 동물 입양의 실제 사례를 알아본다.
◇60세 이상은 입양 불가라고요?=기자의 가족은 반려동물을 기른 적이 없다. 개라면 깜빡 죽는 우리 가족이 지금껏 반려견을 데려오지 않은 것은 먹고살기 바빴기 때문이다. 아침에 학교로, 직장으로 뿔뿔이 흩어져 밤늦게 돌아오니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개에게도, 이웃들에게도 민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 전 어머니가 은퇴하면서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시간적·체력적 여유가 생겼다. 지구용 레터를 만들면서 비인도적인 ‘강아지 공장’과 펫숍, 그리고 브리더의 세계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무조건 입양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결심은 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입양 조건으로 나이(미성년자 또는 60세 이상 입양 제한)를 내건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려견의 주 보호자가 될 어머니의 나이는 62세로 나이 제한을 넘어섰다. 동물이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돌봐줄 수 있는 나이대의 입양자를 찾기 위해 제한을 둔 것이라고 한다. 그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이제 가까스로 키울 여건이 되니 나이 제한에 걸린다는 말에 좌절한 것은 사실이다. 의외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조건도 있다. 바로 한 번도 반려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경험보다는 동물의 성향과 입양 지원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 또 시간적 여유가 있는 1인 가구라면 동물의 성격에 따라 충분히 입양이 가능하다.
◇서류 광탈·최종 면접서 포기…멀고 먼 입양의 길=오랜 모니터링 끝에 한 동물 보호 단체에서 우리 가족에게 잘 맞을 것 같은 친구를 발견해 즉시 지원 서류를 냈다. 다 쓰고 보니 4821자에 달했다. 어떤 질문들이 나왔는지 공유하자면 이렇다. 용서할 수 없는 반려동물의 행동, 한 달에 반려동물에게 들어가리라 예상하는 비용, 어떤 사료를 먹일 것인지, 집의 소유 형태와 크기 등등. 열심히 써 냈지만 1차에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이어진 두 번째 도전에서는 서류와 면접까지 쭉쭉 통과였다. 그러나 입양은 또 실패. 임시 보호 중 몇 차례의 입질이 있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처음 반려견을 기르는 우리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단체 쪽도, 우리도 불안해 결국 입양을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연달아 떨어지자 ‘과연 우리가 입양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점차 커졌다. 그때 두 번째 입양을 진행했던 단체가 직접 유기견을 만나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찾아간 임시 보호소에서 한 강아지를 만났다.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개=강아지의 이름은 ‘주노’. 이른바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였다. 주노는 우리가 연락한 동물 구조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 구조한 동물이었다. 구조자에게 연락해 서류 심사와 면접, 최종 면접을 거친 후 ‘입양 책임비’ 지불을 끝으로 주노는 우리 가족이 됐다. 책임비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있고 중성화 수술 비용 등 구조에 들어간 금액을 일부 보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런 책임비는 보통 10만~15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모금 루트가 없고 재정이 열악한 작은 단체나 개인의 경우 더 큰 금액을 책임비로 받기도 한다.
소개한 바와 같이 입양 절차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어느 날 동물 보호소를 찾아가 동물을 내달라고 해서 데려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니 오랫동안 고민하고 신중하게 도전하기를 바란다. 참, 궁금해 할 분들을 위해 이제 ‘흑임자’가 된 주노의 안부를 전하자면 가족이 된 첫날부터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장난감도 잘 갖고 논다. 하지만 여전히 쓰다듬으려 하면 피하고 손에 있는 간식도 먹지 않는다. 임자에게는 어떤 상처가 있는 걸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를 꼭 가족으로 받아주기를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