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하이틴 로맨스와 피 튀기는 액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가 하나로 뭉쳤다. 고등학생 킬러라는 독특한 소재를 앞세워 통쾌한 액션은 물론 10대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까지 풀어낸다. 이상하거나 참신하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던 매력의 청춘물, 왓챠 오리지널 '최종병기 앨리스'가 최근 공개됐다.
의문의 전학생이자 킬러 한겨울(박세완)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서여름(송건희)이 만나 범죄 조직에 쫓긴다. 핑크빛인 줄 알았는데 핏빛으로 물든 하이틴 액션 로맨스가 펼쳐진다. 이른바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 조금은 생소한 이 장르는 '최종병기 앨리스'의 가장 큰 무기다. 흔해 빠진 로맨스와 차별점을 만들고 무거울 법 한 하드코어 액션에 가벼움과 신선함을 더한다.
청춘물답게 캐릭터의 이름부터 완벽한 서사를 자랑한다. 한겨울과 서여름, 일명 '여름겨울 서사'는 작품 특유의 풋풋한 감성을 더한다. 피 튀기는 액션 장면을 뒤로하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뽀얀 필터를 뒤집어쓴 듯 청량하고 맑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간질간질한 대사는 덤이다. 로맨스, 하면 떠오르는 말랑한 대사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 "예쁜 얼음", "사랑은 무릎반사 같은 거야" 등 풋풋했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대사들이 불쑥 불쑥 설렘을 유발한다.
영화 '극한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작품답게 유쾌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말맛을 살린 대사와 뜬금없이 코믹한 상황들, B급 콘셉트까지 보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만한 요소들을 가득 담고있다. 유쾌함 못지않은 긴장감도 있다. 킬러 앨리스 그러니까 한겨울의 비밀과 그가 가진 계획 그리고 배경이 전개될 땐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으로 한 편의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하다. 청춘물에서 절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핏빛' 로맨스는 설렘과 긴장감 사이 그 어딘가에서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배우들의 열연도 눈에 띈다. 사람을 죽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킬러 한겨울을 연기한 박세완은 차갑지만 귀여운 캐릭터의 매력을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예쁜 얼음' 킬러 앨리스는 냉정하게, 전학생 한겨울은 풋풋하게 표현한 표정 연기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킬러역할 다운 화려한 액션은 그동안 보지 못한 박세완의 새로운 매력이다. 송건희 역시 '또라이' 캐릭터를 눈빛 연기 하나로 설명 가능하게 만들었다.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시선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기 힘든 표정은 독특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 설정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김성오, 김태훈 배우의 베테랑 연기를 보는 맛은 덤이다. 두 사람의 열연은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자칫 가벼울 수 있는 고등학생 킬러 소재에 두 배우의 표현력이 더해져 몰입을 높인다. 액션 같은 멜로, 멜로 같은 액션. 눈에 띄는 배우들의 열연은 극과 극 두 가지의 장르를 하나로 잇는다.
◆ 시식평 - 핑크빛 멜로보다 더 짙은 10대들의 '핏빛 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