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압박 받는 전현희 "韓총리 부실자료 제출" 반격

이해충돌 2줄 신고 "부적절" 제동
권익위, 개선안 등 방안 마련 모색
"전·현정권 인사간 갈등 작용" 해석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의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신고 내용을 두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적절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 총리는 과거 4년여간 로펌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단 ‘두 줄’로 기재했는데 전 위원장이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국무총리가 부실한 자료를 냈다”고 반발한 것이다. 여당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전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3일 국무조정실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달 20일 국무조정실 법무감사에게 ‘민간 부문 업무 활동 내역서’를 제출했다. 한 총리는 A4 용지 한 장에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김앤장에서 근무한 내용을 신고했다. 신고 내용은 △국제 통상 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주요국 경제 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등 단 두 줄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며 개괄적인 항목만 써낸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한 활동도 ‘이사회 참석 상정 안건 검토·분석 등’이라고만 적어 냈다.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해당 신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무총리께서 부실한 자료를 냈다고 보는 분위기였다”며 “전 위원장이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가 국정 2인자로 정부 주요 정책에 관여하는 만큼 구체적 내용을 신고해야 차후에 이해 충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신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총리의 부실 신고가 원인이 됐지만 현 정부와 전 정권 인사 간 갈등이 내부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은 전 정권의 정치색이 강한 인사에 대해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전 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대통령의 정치철학이나 국정과제에 동의를 안 하는 분”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다”고 사퇴를 종용한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한 총리의 부실 신고에 대해 권익위가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형태지만 그 이면에는 현 정부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 간 갈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의 정치철학이 다르니 대립 구도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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